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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德 翁
작성일 2012-07-16 (월) 00:22
IP: 71.xxx.120
정전의 예기치 않은 혜택

갑자기 재난이 닥쳤다.

청명한 하늘에 갑자기 돌풍이 불고 여기저기서 번개가 번쩍이기 시작했다. 워싱턴에서 30년이나 살았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그러다 폭풍이 멈췄다. 그렇지만 지난 주 금요일 워싱턴을 덮친 폭풍 때문에 우리 가족을 포함한 1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은 전기 없이 기록적인 폭염을 견뎌야 하게 되었다.

정전은 5일 가량 지속되었다. 남편이 국토안보에 대한 잡지 편집자이고 나 자신도 폭풍에 대비하는 법을 다룬 기사를 수없이 써왔음에도 우리 부부는 이번 정전에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이전에는 태풍이나 눈보라가 닥쳤을 때도 정전이 하루나 이틀 이상 지속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있었던 정전은 슈퍼마켓에 드라이아이스를 사러 가거나 TV프로를 놓치는 불편을 동반하기는 했으나 그 이상은 아니었다.

반면, 이번 정전사태는 35도가 넘는 폭염 때문에 지옥 같은 대재난이었다. 야생 생존본능을 발휘하려고 노력하기는 했지만, 그러지 않아도 더운 날씨에 미지근한 콜라를 마시며 상하기 일보 직전인 스테이크를 숯에 굽는 것은 괴롭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음식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만약 정전 때문에 썩어가고 있는 음식이 냉장고에 가득하다면 우리 부부가 그랬던 것처럼 그냥 버리지 말고 사진을 찍어라. 보험사 직원에게 문의했더니 음식 사진이 없다면 식료품 구입영수증을 증거로 제시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몇 달 전에 구입해 냉동실에 넣어둔 고기 영수증은 버린 지 오래이기 때문에, 남편과 나는 뜨거운 바깥에서 녹으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음식을 쓰레기통에서 꺼내 사진을 찍어야 했다.

보험사 손해사정인이 다음 주에야 올 예정이기 때문에 우리는 바람 때문에 소나무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자두나무와 우리 집 대문을 후려친 거대한 나뭇가지 사진도 찍었다. 보험사 관계자는 나뭇가지를 치워도 되지만 손해사정인이 올 때까지 다른 곳은 건드리지 말라고 이야기했다(보험약관에 이러한 내용이 나와있지 않은 것 같지만 손전등으로 비추면서 작은 글씨로 써진 부분을 다 봤는지 확신이 안 서는 것도 사실이다).

갑작스런 이번 폭풍으로 우리는 사용하지 않는 해먹은 치워놓아야 한다는 사실(나뭇가지 걸림을 방지하기 위해)과 업체에서 공짜로 나누어주는 LED펜전등을 버리지 말 것, 빛을 막고 미관에 안 좋으니 방충문을 제거하라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말을 무시하기 등 여러 가지 교훈을 얻게 되었다.

정전을 포용할 수 있을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주 우리 부부는 디지털기기에 정신이 팔려서 미루어왔던 여러 가지 일들을 해치웠다. 신문을 대강 읽는 대신 정독했으며 어둠 때문에 9시에 잠자리에 들게 되면서 만성불면증이 사라졌다. 밤 늦은 시간까지 트위터에 매달리는 대신 새벽에 새소리를 들으며 깨어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기회였다.

(World Street Journal, 아세아 판, Korea Real-Time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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