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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아일보
작성일 2012-05-28 (월) 07:34
IP: 125.xxx.238
Re.. 1%만 성장하는 한국경제

1%만 성장하는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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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성 교수
이화여대 경제학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20년 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회원국 최하위권인 1%에 불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부양인구가 급증하는 것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물론 생산성이 높다면 적은 노동인구로도 고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바깥에서 본 우리 경제는 별로 희망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단기 대응에 급급하면 위기 찾아와

경제정책이 실패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근시안적인 시계를 갖기 때문이다. 일시적 외부충격이나 소비심리 악화로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는 돈을 풀거나 빚을 내 경제를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생산 잠재력 하락으로 성장 속도가 느려진다면 구조적 차원의 정책 대응이 있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단기 대응에 급급하면 위기가 찾아온다. 예컨대 경쟁력이 떨어지면 수입이 늘고 수출은 준다. 자연히 자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고 이는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때 그리스처럼 정부가 나서서 돈을 빌려 경기를 살리거나 미국처럼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가계가 빚잔치를 하게 만들면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총수요 관리 정책은 오래가기 어렵다. 공급능력 없이 소득과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역사에서 몇십 년은 한순간이다. 세계화와 기술혁명 여파로 무한한 번영을 구가할 것 같던 세계경제가지금은 장기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으로의 구조 전환 부진, 심화된 불평등, 가계와 정부의 부채 상환 부담 등의 이유로 지속적 총수요 부족에 시달릴 것이다. 해외 수요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좋은 소식일 리 없다. 물론 우리가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는 요행일 뿐이다.

우리는 1997, 98년 외환위기를 통해 박정희식 성장 패러다임의 한계를 아프게 경험했다. 그 후 1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며 우리 경제에 어떤 발전적 구조 변화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위기 방어적 전략으로 외환보유액 쌓기에 집중한 경제 관료들의 노력은 이해하지만 수출 대기업 의존형 경제구조가 심화되며 경제 안정이 흔들리고 경제 정의가 무시되는 현상을 칭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우리가 위기를 겪은 나라들보다 나은 것은 해외 시장을 공략하며 경쟁력 유지에 힘쓴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급 측면의 여력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

대기업이 싹쓸이하는 경제구조 탓에 창의적 벤처 중소기업이 설 땅이 좁아진 지 오래다. 재벌 회장들은 독점력 덕분에 시장 점유율을 높였을지 모르지만 그 부친들이 가졌던 독한 기업가정신은 보기 어렵다. 그 자식들로 가면 빵집이나 열고 수입차나 파는 후진국형 독점 착취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자유 경쟁이 없는 풍토에서 성장동력을 불태울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까.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켜주던 마지막 보루였던 인적자원도 빛이 바래 간다. 공교육이건 사교육이건 자원 낭비의 표본처럼 돼가는 것이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덕분에 성장잠재력의 큰 축인 노동공급과 생산성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돈 들여 애들 키워 봤자 취직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는데 누가 애를 낳겠는가.

구조적 차원의 정책대응 있어야

불쾌한 것은 이런 뻔한 얘기들을 남에게 듣는다는 사실이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을 갖지 않았고, 가식적인 정치인과 그 주변의 사이비 지식인들에게 맹목적인 한 표를 던졌다. 솔직히 소득의 몇십 퍼센트를 효과 없는 교육비로 낭비하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달콤한 복지를 속삭여 봤자 무슨 느낌이 오겠는가. 시대 변화를 제대로 읽고, 국민 다수의 후생을 소수 집권세력의 이익에 앞세울 수 있는 그런 정부를 기대하는 것이 올해도 한낱 꿈으로 끝날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경제학 2012-05-28
http://news.donga.com/Column/3/04/20120528/46561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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