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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옹
작성일 2012-05-25 (금)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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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맞나 (2)
[최보식 칼럼] 조지 오웰은 피를 토하고 죽었다

최보식 선임기자



입력 : 2012.05.24 23:12

지식인은 자기 편의와 이익을 기준으로 행위를 정당화해왔다
黨의 선전에 동원될수록 객관적 진리나 기준에 대한 믿음을 점차 잃어가니




통합진보당이 난리를 치고 있는 동안, 나는 '조지 오웰' (고세훈 지음·한길사)을 읽었다. '동물농장' '1984'로 유명한 이 영국인 작가가 뼛속까지 좌파(左派)로 살았던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 평전 덕분이다.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사회적 낙오자·부랑아·걸인·죄수·창녀, 이 사람들이야말로 '하류 중 가장 하류인 인생들', 내가 교류를 나누고 싶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었다. 나는 존경받는 세계를 아예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했다. 적어도 그들 가운데 들어가서 그들의 삶을 같이 겪으며 한시적이나마 나 자신이 그들 세계의 일부가 될 수는 있지 않은가. 그때 나는 내 죄의식의 일부라도 떨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 1980년대 운동권의 원조(元祖)가 여기도 있었구나. 사립 명문 이튼스쿨 출신인 그는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자신이 지배체제에 편입되는 것에 죄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 대신 접시닦이와 서점 점원을 했고, 부랑아들에 섞여 노숙생활도 했다. 구치소에 들어가기 위해 빈속에 위스키를 병째 마시며 경찰 앞에서 쓰러지기도 했다.


이런 그가 가장 경멸했던 부류는 관념 속에서만 노동자들을 변론할 뿐, 실제 삶은 '강남' 인 좌파 지식인들이었다. 그는 "스웨터를 입고 곱슬머리에다 마르크스를 인용하는 지적 논문을 생산해내는 사람을 보면서 그의 동기가 실제로 얼마나 사악한지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고 썼다.


그는 스페인 내전(1936년)에도 참전했다. 결혼한 지 6개월 됐을 때였다. 목을 관통당하는 총상도 입었다. 그는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왔지만, 현실에서 목격한 것은 공산당의 패권주의였다. 소련의 지령에 따라 다른 좌파 진영에 대한 중상과 음모, 테러가 계속됐다. 스페인을 빠져나올 때 그는 '도망자' 신세가 되어 있었다. 도덕성이 빠진 혁명은 탐욕적인 권력의 주인만 바꿀 뿐 사회의 진보를 가져올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영국으로 돌아와 '동물농장' 을 썼다. 소련의 전체주의를 풍자한 것이다. 출판은 수차례 퇴짜를 맞았다. 당시 런던의 출판계를 장악한 좌파에게 스탈린을 건드리는 것은 일종의 불경(不敬)이었다. 이들은 숙청과 즉결처형이 잇따랐던 소련의 폭정에 침묵하거나 동조했다. "소련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또 다른 기준, 내재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도 했다. 우리에게 낯익은 풍경이 아닌가.


좌파 지식인들의 공격 대상은 스탈린이 아니라 만만하고도 안전한 처칠 총리였다. 총구는 늘 내부를 향했다. 그는 이런 지식인들에게 "술집에서 반정부·반전(反戰) 주장을 떠든다고 당신은 위험을 느끼는가? 영국에서 집단학살, 피의 숙청, 즉결재판, 재판 없는 처형이 가능한가?"를 질문했다. 그는 권력 주변의 지식인들이 언어를 타락시켰고 타락한 언어는 정치를 부패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보통 사람은 언제나 어디서나 도덕적 원칙들과 전통적 도덕관을 견지해온 데 반해, 지식인은 자기 편의와 이익을 기준으로 행위를 정당화해왔다. 지식인들은 당(黨)의 선전에 동원될수록 객관적인 진리나 기준에 대한 믿음을 점차 잃어가고, 그들에게 외부 세계는 당의 집단적 의지의 투영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았다."


그는 평생 가난과 폐병에 시달렸다. 아내로부터 "당신이 작가가 아니라 차라리 시청의 청소부 일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덜 수치스럽고 당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낫다고 생각한다"는 편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전체주의에 저항하고, 좌파 지식인들의 위선과 싸웠다. 그는 정치적 글을 쓰는 이유를 '내가 밝히길 원하는 거짓들이 있기 때문' 이라고 했다.


"내가 생기 없는 책을 쓰고 미사여구와 의미 없는 문장, 화려한 수사, 곧 눈속임에 취해 있을 때는 예외 없이 정치적 목적을 결여했을 때였다는 것을 본다."


그는 자신을 '명백한 좌파' 라고 선언했지만, 글을 위해 좌파 정당에서 떠났다. 작가는 정당정치에서 자유로울 때만 진정으로 정직한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말년의 고백은 처연하다.


"대다수 작가들은 중년에 들어서면 쓰기를 멈춰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생계 문제로 인하여 그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글쓰기는 그저 타성이 되고 만다. 합리적 사회라면 자기가 할 말을 끝낸 작가는 이제 다른 직업을 택해야 할 터이지만, 경쟁적 사회에선 그는 정치인이 꼭 그렇듯이 은퇴는 죽음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그는 열정이 소진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쓰는 일을 지속한다."


이 좌파 작가는 병원에서 피를 토하고 죽었다. 46세였다. 그가 살았던 시절은 오래된 과거다. 지금 우리 사회가 정상이라면 그의 존재는 잊히거나, 아무런 시의성(時宜性)이 없어야 할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5/24/20120524029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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