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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헬스조선
작성일 2017-10-31 (화) 19:42
IP: 211.xxx.109
마침내 깨진 ‘식후 30분’의 벽



    마침내 깨진 ‘식후 30분’의 벽


    마침내 식후 30분의 벽이 깨졌다. 지난 9월 26일부터 서울대병원에서 약 복용 방법을 식후 30분 대신 식사 직후로 바꾼 것이다. 그동안 식후 30분의 족쇄는 많은 사람들을 괴롭혔다. 시간에 맞춰 약을 복용하려고 기다리다가 깜박 잊는 이들도 많았고, 약을 제때 먹기 위해 30분 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시계만 쳐다보며 기다리는 이들도 종종 있었다.

    당연히 음식을 먹자마자 바로 약을 복용하기가 먹고 나서 30분을 기다렸다 복용하는 것보다 기억해내기 쉽다.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서도 음식과 함께 약을 복용해야 할 경우 기준은 식사 직후로 설명한다. 그런데 대체 왜 그동안 식후 30분에 약을 복용하라고 했던 걸까? 일제 강점기의 영향이다.

    음식이 어느 정도 소화되고 소화액이 충분히 분비되는 식후 30분이 되어서 약을 복용하는 게 식사직후보다 낫다는 논리다. 과학적 근거가 없지만, 일본에서 그러한 믿음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간혹 일본에서 개발된 약의 경우, 사용설명서에 ‘식후 30분에 복용하라’는 문구가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식후 30분 후 복용’이 일반화된 이유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불필요한 식후 30분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다행이다. 하지만 모든 약을 음식과 함께 복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어떤 제약회사에서든 신약을 출시할 때 약복용 시간을 임의로 정할 수는 없다.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약을 음식과 함께 복용했을 때와 빈속에 복용했을 때 체내로 흡수되는 양에 차이가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고 나서야 식전 또는 식후 복용을 결정한다.

    식후 약복용이 기억하기에 좋을 수는 있지만, 식사를 거를 때가 있거나 식사가 불규칙한 사람에게는 매번 음식과 함께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어려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음식이 약의 흡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을 때는, 식전이든 식후든 무방하므로 식사에 관계없이 약을 복용하라는 설명문이 실린다.

    약 사용설명서에 식전·식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식사에 관계없이 약을 복용할 수 있다(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에서 개발된 일부 약에는 식후 30분에 복용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이는 일본 제약회사에서 식전과 식사 직후를 비교하는 대신, 식전과 식후 30분을 놓고 약의 흡수도를 연구했기 때문이다).

    식사 후 약 먹는 걸 잊었다면?

    음식과 약을 함께 복용하는 또 다른 목적은 부작용을 막기 위함이다. 약에 따라서는 빈속에 먹으면 위장에 부담을 줘서 속이 쓰리거나 위에 상처를 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런 약을 음식과 함께 먹으면 음식에 약이 희석되어서 위에 부담이 덜하다. 그런데 식사 후에 바로 약을 복용하는 걸 잊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느낌으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식사한 지 2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배가 부른 것 같다고, 식후 바로 복용할 약을 먹었다가는 속쓰림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식사하고 1시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면 가벼운 간식이라도 먹고 난 다음에 약을 복용해야 한다.

    식후 복용해야 하는 약은 직후에 복용하면 되지만, 식전에 복용하는 약일 때는 시간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통 식전 복용은 식전 30분, 또는 식후 2시간을 말한다. 빈속에 약을 복용하라는 의미이다. 이는 위산을 피해가기 위함이다.

    산에 약한 약 성분이 산성도가 매우 강한 위산에 노출되면 장으로 내려가서 흡수되기도 전에 전부 파괴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빈속에도 우리의 위속에 산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소량의 약을 물과 함께 복용했을 때는 약이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짧다.

    위산의 공격에 약한 항생제를 식전 30분 빈속에 복용하도록 권하는 이유다. 프로바이오틱스 또는 유산균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위산을 피해가도록 공복에 복용하는 게 좋다.  2011년 캐나다에서 사람의 소화기와 유사하게 만든 실험 모델을 가지고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유산균이 살아서 장까지 가도록 하기 제일 좋은 복용 시간은 식전 30분 또는 첫 숟가락을 뜰 때였다.

    식후 30분에 복용할 경우가 살아서 장까지 도달할 확률이 제일 적었다. 반대로 위속에 오래 머물러야 약효가 오래 지속되는 액상형 제산제의 경우에는 식후 1시간이 지나서 복용해야 효과가 3~4시간 동안 길게 유지된다.

    약은 대체로 성격이 좋다

    음식과 함께 먹는 건 괜찮지만, 우유와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도 있다.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우유 속에 풍부한 칼슘,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 성분이다. 약이 효과를 내려면 먼저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우유 속 미네랄이 약성분과 결합하여 흡수를 방해하는 것이다.

    테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생제와 퀴놀론 계열의 항생제가 대표적인 예인데 이런 약은 종합비타민제와 함께 먹는 것도 곤란하다. 종합비타민제 속의 미네랄도 마찬가지로 약의 흡수를 막기 때문이다. 이런 약을 복용할 때는 우유, 종합비타민제와 적어도 4~5시간 간격을 둬야 온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골다공증치료제는 이보다 더 민감하여, 제대로 흡수되려면 물 이외의 다른 어떤 음식 또는 음료와도 복용을 피해야 한다. 그래서 골다공증 약을 복용할 때는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약부터 복용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반대로 어떤 약은 음식과 함께 복용해야 더 잘 흡수되어서 식후 즉시 복용해야 더 나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파킨슨병치료제로 자주 사용되는 ‘레보도파’라는 약은 음식과 함께 복용해도 되지만, 고단백 식사를 하면 흡수에 지장이 생기므로 약 복용시 육류나 달걀 같은 단백질 식품의 과도한 섭취를 피해야 한다.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는 ‘와파린’이란 약을 복용중일 때는 녹황색 채소의 섭취량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채소 속의 비타민K가 약의 작용을 방해하므로, 해독주스나 녹즙으로 갑자기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면 약효가 줄어들어 혈관이 막히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복잡한 느낌이 들지만,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것처럼 약도 제각기 성질이 다르니 어쩔 수 없다. 음식에 민감한 특성을 지닌 약을 복용 중이라면 그에 맞게 대우해주는 게 좋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사실이 하나 있다면, 사람들 성정이 그렇듯 약도 무난한 성격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식후 30분을 안지키면 화를 내는 약은 없다. 대부분의 약은 그냥 식후면 된다. 확실히, 올바른 의약 지식은 우리 삶을 자유롭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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