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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晳 翁
작성일 2017-10-27 (금) 06:39
IP: 211.xxx.109
코흘리개 부자들

   

코흘리개 부자들


1980년대 '아빠는 멋쟁이'라는 외화 시리즈를 TV에서 방영한 적이 있다. 백만장자 아버지를 둔 열두 살짜리 아이의 일상을 담았다. 아버지가 장난감 회사 사장이라 집 안은 각종 놀이 기구와 오락기로 가득 차 있었다. 별세계 같은 부잣집 아이 방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추억 어린 시트콤의 원제가 알고 보니 '실버 스푼(Silver Spoons)'이다. 요즘 말로 하면 '은수저'다.

▶한국에는 이보다 더한 '금수저'가 많다. 이들은 외화 속 은수저와 다르게 본인 명의로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작년 말 집계한 자료를 보면 돌도 안 된 젖먹이가 한 상장 기업 주식을 5억원 가까이 가진 경우가 있었다. 만 12세 이하 어린이 가운데 100억원 이상 주식 부자도 7명이나 됐다. 모두 한 제약 회사 회장의 손자·손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임대 업체 대표로 연봉이 4억원인 다섯 살짜리 유치원생도 있었다. 18세 미만 미성년자 사장님 가운데 '연봉 킹'이다. 부동산 임대업자로 신고한 열 살짜리가 2위인데 연봉이 1억5000만원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2년 전 당시 시세 34억원대 상가 건물의 지분(평가 금액 8억6500만원)을 외할머니에게서 증여받았다고 한다. 홍 후보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과 경제정의연구소장 등으로 활동할 때나 국회의원 시절 꾸준히 '부(富)의 대물림'을 비판했다.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3년 국정감사 때는 "과다한 상속·증여가 이뤄지면 (서민들의) 근로 의욕을 꺾을 수 있다"고 했다. 증여세는 냈다지만 말 따로 행동 따로에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메달감이다.

▶홍 후보자 딸처럼 재산을 증여받는 미성년자가 매년 5000명 정도 된다. 증여받는 재산이 8500억원, 1인당 평균 1억5000만원 안팎이다. 홍 후보자 딸은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다. 증여가 늘어나는 것은 상속세를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건물 가격이나 주식 가치가 더 올라가기 전에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아들딸에게 물려주지 않고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손녀에게 곧바로 넘기는 게 최근 풍조다. 증여세를 한 번만 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60세 이상 사망자는 22만명쯤인데 상속세를 낸 사람은 1% 정도다. 어린 부자가 늘어나는 건 상속세를 내야 할 부자들이 세금 줄이려고 미성년자인 자녀들에게 재산을 준다는 말이다. 이걸 '절세(節稅)'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지켜보는 유리 지갑들은 입맛이 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26/20171026041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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