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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계일보
작성일 2019-10-28 (월) 07:27
IP: 211.xxx.240
지옥 맛!



  지옥 맛!  


요즘 정치인 노릇 하기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힘센 여당 의원이라고 해도 말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많은 의원들이 괴로워했고 지옥을 맛봤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조국 교수가 법무장관에 지명된 이후 두 달여 동안 일부 여당 의원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는 전언이다.

이들이 괴로워한 것은 조국 일가의 비리를 감싸는 과정에서 스스로 양심의 가책(呵責)을 느꼈기 때문이다. 인디언 사회에선 양심은 모서리가 셋인 삼각형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나쁜 짓을 하면 삼각형의 모서리가 콕콕 찌르기 때문에 가슴이 따끔거리고 아프다는 것이다. 그런데 칼을 갈지 않고 계속 쓰면 무뎌지듯이 잘못된 일을 반복적으로 저지르면 양심의 모서리도 닳아서 무뎌진다. 태연스럽게 거짓말이나 도둑질을 일삼는 사람들이 그런 부류다.

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과 여의도에 “정경심은 죄가 없다” “조국을 수호하자”는 소리가 또 울려 퍼졌다. “검찰과 사법부만 몰라, 진실을!” 한 아주머니의 외마디가 귓전을 오래 맴돈다.

11가지 죄목으로 구속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검찰 개혁의 희생양을 자처하고, 남편 조국은 장관직을 그만둔 뒤 20분 만에 서울대에 팩스로 복직 신청을 했다. 부끄러움이 없다. 이들 가슴속 양심의 삼각형은 과연 온전한 상태일까.

자기나 남의 잘못을 꾸짖어 책망한다는 뜻의 가책은 부처의 일화에서 유래한 불교 용어다. 부처의 제자 중에 싸우기를 좋아하는 두 승려가 있었다. 자주 말썽이 빚어지자 부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제자들을 불러모은 뒤 수행생활 중 지켜야 할 계율과 처벌을 제시했다. 가책을 받은 자는 남의 스승이 될 수 없고, 어떤 직책도 맡지 못하고, 대중의 모임에도 참석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범법자 조국 부부가 스승의 신분을 유지하는 것은 부처가 설파한 가책의 규율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 바로 양심의 가책이 작동하느냐 여부다. 지옥 맛을 본 조 의원은 그것을 등불 삼아 마침내 지옥에서 빠져나왔다. 그러나 아직도 암흑의 세상을 헤매는 이들이 즐비하다. 최고 권부 청와대부터 그렇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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