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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계일보
작성일 2019-09-21 (토)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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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파(無黨派)



  무당파(無黨派)  


2014년 12월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는 ‘지지 정당 없음’이란 희한한 이름의 정당이 화제가 됐다.

홋카이도 비례대표구에 당 대표인 사노 히데미쓰와 그의 장모를 후보로 내세워 10만여표를 얻었다.

사회민주당의 득표(5만3000표)를 훨씬 웃도는 결과였다. 사노 대표는 2009년 ‘신당본질’, 2012년엔 ‘안락사당’이라는 정당 이름으로 장모와 함께 출마했으나 잇달아 낙선하자 ‘지지 정당 없음’이란 당명으로 선거에 나선 것이다.

일본 선거에선 유권자들이 후보자 이름이 인쇄된 투표용지에 기표하지 않고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지역구 의원)이나 정당명(비례대표)을 적는다.

일본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시 무효표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지 정당 없음’이나 ‘지지 없음’이라고 써도 이 정당의 표로 인정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당명을 바꾼 게 지지 정당이 없는 유권자 표를 흡수하기 위한 꼼수란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지 정당 없음’의 약진으로 무당파의 증가세는 확인된 셈이다.

‘조국 사태’ 이후 무당층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SBS·칸타코리아 여론조사에서는 무당층이 38.5%로 나타났다. ‘여당도 야당도 싫다’는 유권자가 40%에 육박하는 것이다.

여권의 낯뜨거운 ‘조국 살리기’에 실망한 지지층이 이탈한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40%대 유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이런 추세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이들이 자유한국당으로 가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정부로부터 고개를 돌렸지만 한국당을 바라볼 수도 없는 중간지대가 늘어난 셈이다. 바른미래당이나 정의당 등도 무당층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여야에 무당파 흡수는 ‘발등의 불’이다. 여권은 앞으로 검찰개혁에서 성과를 내고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겨냥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서면 등돌린 지지층이 다시 돌아앉을 것으로 보는 모양이지만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철 지난 ‘삭발 릴레이’나 벌이는 제1 야당의 실력으로는 총선 승리의 필수조건인 ‘중도로의 외연 확장’은 기대 난망이다. 어느 정당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는 유권자만 딱하게 됐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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