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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계일보
작성일 2019-11-07 (목) 06:13
IP: 211.xxx.240
내부 고발자



  내부 고발자  


1971년 6월13일 미국 국방부의 베트남전 관련 극비문서인 ‘펜타곤 페이퍼’가 뉴욕타임스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미국이 베트남전 개시의 명분으로 삼은 통킹만 사건이 사실은 북베트남 공산정권 전복을 위해 조작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문서를 건네준 전직 해군 장교 대니얼 엘즈버그는 기밀 유출 등 12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15년형을 구형받았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비판이 들끓어 미군의 베트남 철수로 이어졌다. 당시 국방장관이던 로버트 맥나마라는 회고록에서 통킹만 사건이 미국의 자작극이었음을 실토했다.

내부 고발은 양심과 윤리에 의거한 정의로운 행동이지만 그 대가는 대체로 가혹하다. 조직 배신자로 낙인찍혀 해고되거나 사법 처리까지 당한다. 오죽하면 내부 고발자 중 67%가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오겠는가.

“러시아 올림픽팀의 99%가 금지약물을 복용했다.” 2014년 러시아 여자 육상선수 율리야 스테파노바 부부가 독일 MDR방송에서 폭로한 내용은 전 세계 체육계에 충격파를 몰고 왔다.

세계반도핑기구 정밀조사에서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소변 샘플 바꿔치기 수법이 드러났다. 러시아 반도핑기구와 체육부, 연방보안국까지 총동원된 사실도 밝혀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스테파노바 부부에게 “조국을 배반한 유다”라고 손가락질했다. 보복을 우려한 스테파노바 부부는 미국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

거액의 포상금을 챙겨 인생역전을 한 사례도 있다. 2018년 미국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직원 3명은 내부 고발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8300만달러(약 960억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미 역사상 최대 내부 고발 포상금이다. 메릴린치는 2009년부터 6년간 고객 계좌에서 무단으로 꺼낸 돈을 투자해 천문학적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공세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부 고발자를 비판하며 신원공개를 주장하고 나섰다. 내부 고발자의 등장은 조직이나 조직 책임자가 정상궤도를 이탈했다는 방증이다. 내부 고발자를 탓하기에 앞서 자신의 민낯을 돌아보는 게 순리가 아닐까.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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