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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계일보
작성일 2019-10-04 (금) 08:37
IP: 211.xxx.188
바티칸의 금융 스캔들



  바티칸의 금융 스캔들  


성직자에게도 탐욕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인 모양이다.

2012년 이탈리아 언론인 잔루이지 누치는 로마 교황청의 기밀문서를 인용해 작성한 책 ‘성하’를 펴내 바티칸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누치는 이 책에서 일부 고위 성직자들이 불법적인 자금거래에 연루되고 바티칸은행이 돈세탁 창구로 전락했다고 폭로했다.

3년 후 펴낸 두 번째 책 ‘성전의 상인’에서는 교황청의 부실한 운영과 일부 추기경 및 주교의 탐욕을 다루기도 했다. 누치는 “전 세계 교구에서 거둬들인 헌금의 약 20%만이 자선에 사용되고 80%는 교황청 관료조직을 유지하거나 일부 성직자가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데 쓰인다”고 꼬집었다.

당시 ‘하느님의 은행’이라 불리던 바티칸은행은 숱한 돈세탁과 부동산거래 등 금융 스캔들에 연루돼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됐다. 이 은행은 1942년 비오 12세가 교황청의 종교·자선활동에 쓰일 자산관리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공식명칭도 ‘종교사업기구(IOR)’이다.

2013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은행의 비밀주의 관행을 깨고 금융범죄를 척결하는 개혁에 착수했다. 전직 은행장을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기는가 하면, 종교·자선 자금 관리 명목으로 유지해온 수백개의 계좌도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도 교황청 심장부에서 금융 스캔들이 터졌다. 현지 경찰은 이달 초 교황청의 국무원과 재무정보국(AIF)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무원 정보문서실장과 AIF 국장 등 5명이 직무정지를 당했다고 한다.

국무원은 조직과 정치·외교 등을 총괄하는 가장 힘센 곳이다. AIF는 모든 부처에 대한 재정 감독권을 지닌 곳으로, 금융범죄를 예방·감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다. 수사당국은 해외 부동산거래 과정에서 수상한 자금흐름을 포착했고, 신도 헌금이 제대로 쓰였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교황이 당황스러워할 법하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실천해야 하는 성직자가 세속의 욕망을 추구하는 부조리는 풀기 힘든 수수께끼일 것이다. 법을 수호하고 정의를 지켜야 하는 법무장관이 가족 비리 의혹이 속속 드러나는데도 자리에서 버티는 우리 현실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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