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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계일보
작성일 2019-10-02 (수) 06:25
IP: 211.xxx.188
DLF와 ‘모래 위의 집’



  DLF와 ‘모래 위의 집’  


2008년 9월15일 세계 4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리먼브러더스는 비우량주택담보대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뉴욕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이었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짜깁기해 2차, 3차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팔고 다시 이 돈으로 모기지를 늘렸다.

탐욕에 눈먼 은행들이 모래 위에 고층빌딩을 쌓아올린 격이었다. 결국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탓에 부풀 대로 부푼 거품이 터졌고 급기야 전 세계 금융시장을 위기로 내몰았다.

국내에서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가 금융가를 뒤흔들고 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최근 2∼3년 사이 DLS가 편입된 DLF를 8000억원가량 판매했다고 한다.

이 상품은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 0.7% 이상을 유지하면 연 3.5∼4%의 수익을 보장하지만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면 손실 규모가 원금 전액에 가까워진다. 지난 8월8일 이후 약 50일간 확정된 손실률이 54.5%(669억원)이며 향후 예상손실률도 52.3%(3513억원)에 달한다. 원금을 다 까먹은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 상품을 설계·판매한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은 상품구조를 멋대로 바꾸며 투자자 수익률을 낮추는 대신 수수료 챙기기에 급급했다. 수수료가 외국계 투자은행 3.43%, 은행 1% 등 모두 4.93%에 달한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DLF 판매 5건 중 1건 이상이 원금손실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불완전판매였다. 은행들은 ‘만기상환 확률 100%, 원금손실 확률 0%’라는 허위정보를 내세우기도 했다. 파생금융상품은 이미 전체 금융시장을 교란할 정도로 급팽창했다.

파생결합증권의 발행잔액은 6월 말 현재 116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은행들은 최근 5년 사이 파생상품 판매로 2조원 가까운 수수료를 벌었다. ‘모래 위에 큰 집’을 짓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가에 만연한 불완전판매 관행을 뿌리 뽑아 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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