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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선닷컴
작성일 2019-11-13 (수) 04:09
IP: 211.xxx.240
노새를 타고 알프스 넘는 고난의 보나파르트



 
노새를 타고 알프스 넘는 고난의 보나파르트  


1839년 당시의 최신 발명품이던 사진을 처음 본 프랑스 화가 폴 들라로슈(Paul Delaroche·1797~1856)는 '오늘부터 회화는 죽었다'고 탄식했다.

역사적 사건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게 회화의 사명이라고 믿었던 그에게 눈에 보이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기계는 큰 위기감을 안겨줬을 것이다.

'알프스를 건너는 보나파르트'는 그런 들라로슈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1800년 봄 나폴레옹은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를 몰아내기 위해 4만 대군을 이끌고 눈 덮인 알프스의 준령을 넘었다.

독자들은 대부분 힘차게 발길질하는 백마 위에 올라타 붉은 망토를 바람에 휘날리며 정상을 향해 손을 뻗은 위풍당당한 나폴레옹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한때 국산 양주병을 장식했던 그 그림, 위대한 승리자의 아이콘이었던 나폴레옹의 그 모습은 들라로슈의 앞 세대였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대표작이다.

그러나 아무리 스타일이 중한들 빛깔 고운 망토를 떨쳐입고 백마를 끌고 설산을 넘어 전쟁터에 나서는 장수는 없다. 나폴레옹은 실제로는 촌부가 이끄는 노새를 타고 추락의 위기를 넘기면서 힘겹게 진군하여 악전고투 끝에 승리를 거뒀다.

영국 귀족 아서   조지로부터 '현실적인 나폴레옹' 그림을 주문받은 들라로슈는 다비드의 유명작으로부터 부질없는 허세와 과장된 장식을 걷어냈다.

수북한 눈길을 헤치는 노새의 발걸음은 더디고, 칼바람이 두꺼운 외투 속으로 파고들 때 어둡고 지친 얼굴로 고민에 잠긴 나폴레옹이야말로 현실적인 지도자의 상이었다.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었을 이 모습으로 아마 회화도 죽다 살았을 것이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1/20191021027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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