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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계일보
작성일 2019-11-09 (토) 04:56
IP: 211.xxx.240
손흥민의 세리머니



  손흥민의 세리머니  


손흥민의 ‘기도 세리머니’가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잉글랜드 토트넘의 손흥민은 7일 세르비아 츠르베나 즈베즈다와의 경기에서 유럽 통산 123골의 금자탑을 세웠다.

차범근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의 121골 기록을 30년 만에 갈아치운 쾌거였다. 그의 연속 득점에 동료들이 펄쩍펄쩍 뛰었지만 그는 웃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이 두 손을 모았다. 사흘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자신의 백태클로 부상한 에버턴 미드필더 안드레 고메스에게 보내는 사과의 메시지였다. 신기록을 세운 왼발보다 더 아름다운 손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에 “정말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고메스에게 존중을 표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시합이 있기 전에도 “쾌유를 빈다. 너와 너의 가족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고메스에게 보냈다. 손흥민의 행동은 스포츠맨십의 전범이라 할 만하다.

고메스의 부상은 손흥민의 태클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었다. 고메스는 태클로 넘어진 뒤 다른 선수가 발목을 밟는 바람에 심한 골절상을 입었다. 변명할 말이 없지 않았으나 그는 남 탓을 하지 않았다. 죄책감에 눈물만 살짝 비쳤을 뿐이다. 한 마디 사과를 하면서 열 마디 변명을 늘어놓는 여느 사과와는 격이 다르다.

진정한 사과는 상대에 대한 존중 없이는 어렵다. 존중의 사전적 의미는 ‘높이어 귀중하게 대함’이다. 상대를 높이려면 손흥민이 기도할 때처럼 자기 몸을 숙이고 낮춰야 한다. “사람이 먼저다”, “포용 사회”를 외치는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커지는 이유는 자기를 낮추는 하심(下心)이 빠졌기 때문이다.

차범근은 왕년에 손흥민과 정반대 처지에 놓인 적이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에 상대 선수의 살인적 태클로 척추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었다. 소속 구단에서 형사고발을 준비하자 차범근은 “단순한 사고였다. 그를 용서한다”며 구단을 말렸다.

독일 언론은 “이것이 한국인 성품”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두 축구 선수의 영웅적 스포츠맨십에 경의를 표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엔 정치인은 많지만 왜 정치인 정신은 없는 걸까. 정신이 없으니 ‘정신 나간’ 정치가 반복되는 게 아닌가.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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