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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계일보
작성일 2021-01-19 (화) 07:07
IP: 211.xxx.68
세컨드 젠틀맨



 
세컨드 젠틀맨  



퍼스트 젠틀맨은 여성 국가원수의 남편을 말한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 공은 세계 최고의 퍼스트 젠틀맨으로 꼽힌다.

그리스 왕족 출신인 그는 1952년부터 65년간 퍼스트 젠틀맨 역할을 수행하며 묵묵히 여왕을 보필했다.

637번의 해외 순방, 5500여회의 연설 기록은 퍼스트 젠틀맨 직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첫째도, 둘째도, 마지막도 결코 여왕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라는 자세로 임한 남편에게 여왕은 “내 힘의 원천이자 안식처”라고 감사를 표시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남편 데니스 대처 경도 외조로 잘 알려졌다. 아내에게 짐이 될까 사업을 접었고, 집에서 각료회의가 열리면 각료 부인들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언론은 “남편의 꼼꼼한 배려가 철의 여인을 만들었다”고 극찬했다. 대처는 치매에 걸린 뒤에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행방을 딸에게 묻고 또 물어 눈시울을 젖게 했다.

여성 정상의 얼굴에 먹칠을 한 퍼스트 젠틀맨들도 있다. 이혼한 뒤 홀로 자식을 키운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퍼스트 젠틀맨 역할을 맡긴 장남이 비리에 연루돼 대국민 사과를 하는 수모를 당했다. 글로리아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도 남편의 부정부패로 탄핵 위기에 시달렸다.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은 남편 때문에 민망한 일을 겪었다. 2012년 덴마크에서 열린 만찬에서 남편이 옆에 앉은 덴마크 왕세자빈의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얼굴이 화끈거렸을 것이다.

20일 취임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다. 미 최초의 ‘세컨드 젠틀맨’이 되는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는 트위터 자기소개란에 ‘카멀라 해리스의 남편이라 자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쓸 만큼 아내 사랑이 지극하다. 대형 로펌의 임원급 변호사였던 그는 “내 업무가 세컨드 젠틀맨 활동과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사표를 내고 조지타운대 로스쿨 강단에 서기로 했다. 헌신적인 외조가 무엇인지 실천으로 보여준다. 해리스의 차기 대선 출마가 유력시 된다. 엠호프가 미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 기록까지 쓸지 주목된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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