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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계일보
작성일 2020-12-04 (금) 06:45
IP: 121.xxx.140
대통령의 선공후사



  대통령의 선공후사  


사거리에 차량 세 대가 서 있다.
교통신호등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맨 앞에 있던 차가 출발하자 뒤차도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나갔다.

그걸 본 세 번째 차의 운전자가 뒤따라가다 그만 교통경찰의 단속에 걸리고 말았다.

“왜 나만 잡는 거요?” 운전자가 항의하자 경찰관이 말했다. “맨 앞에 간 차는 주동자이고, 두 번째 차는 적극 가담자이지만 당신은 배후조종자요. 뒤에서 조종하는 사람이 제일 나쁜 놈이오.”

한낱 우스갯소리지만 요즘 국정 혼란의 책임 소재를 일러주는 혜안이 담겼다. 반칙으로 얼룩진 조국을 법무장관에 기용하고, 무법의 추미애를 후임으로 발탁한 이는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맞서 ‘원전 조작’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인을 법무차관에 앉힌 사람도 대통령이다. 권력을 향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칼날을 봉쇄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혼란의 배후조종자는 바로 대통령이다.

어떤 사건이 터졌다면 그 일을 저지른 행동대원보다 그걸 지시한 우두머리가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아직도 대통령의 선한 미소를 떠올리며 주변 사람들만 나무란다. 그간 대통령이 이런 기막힌 미언으로 자신의 본심을 윤색한 덕분일 것이다.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 있는 존재가 되어야지, 그저 정권의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 돼선 안 될 것입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로 임해 주세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로 위기를 넘어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대통령이 말한 선공후사는 개인의 사정이나 이익보다 공공의 일을 우선시한다는 뜻이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이다. 그에 반대되는 말은 빙공영사(憑公營私)다. 공적인 일을 빙자해 자기 뱃속을 채우는 위선을 가리킨다. 사익을 챙기면서 공익이라고 우기고 거짓을 일삼으면서 진실을 외치는 혹세무민이 그런 경우다. 위정자의 행실이 어느 쪽인지는 갈수록 분명해진다. 누가 배후조종자인지 분별하는 ‘깨어 있는 영혼’이 늘고 있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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