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작성자 동아닷컴
작성일 2020-10-12 (월) 05:47
IP: 121.xxx.174
'증발 (蒸發)'



  '증발 (蒸發)'  


거품경제가 꺼진 19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 당시 일본 사회에서는 매년 10만 명가량이 ‘실종’됐다.

이 중 8만5000명가량은 ‘스스로 증발’한 것이었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레나 모제는 이들을 추적한 책 ‘인간 증발’에서 “‘약한 불 위에 올려놓은 압력솥’으로 비유되던 일본 사회에서 한계에 내몰린 사람들이 수증기처럼 증발했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가 3개월간 추적해 최근 5회에 걸쳐 기획 보도한 ‘증발’ 시리즈는 우리 사회에서도 많은 이들이 증발하고 있는 실태를 생생히 전했다. 증발됐다가 6년 만에 돌아온 남동생이 “푸석한 노인이 되어 돌아왔다”고 말하는 문모 씨 누나의 사연 등을 접한 독자들은 “같은 하늘 아래에 있는 일인지 가슴 먹먹하다”고 했다. 코로나19까지 겹쳐 더 많은 이들이 사회적 낭떠러지로 밀려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진하게 배어 있는 독자 의견도 쏟아졌다.

▷실직 파산 사별 이혼 질병, 혹은 사고 배신 무지, 바보 같은 순진함…. 두 손 손가락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한 가닥 희망의 끈마저 끝내 붙잡지 못하고 먼 길 낭떠러지 같은 ‘증발의 심연’으로 빠져 들어갔던 사람들의 사연은 다양하고 절절하다. 지금도 사회 어디에선가 하얀 밤을 새우는 ‘예비 증발자’들이 있다. 독자들은 이들이 어떻게 다시 돌아오는지, 돌아올 수 있는지를 추적해 달라고 했다. 개인 사회 국가가 각각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자는 주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수년 전 대구에서는 38세 남성이 배가 고파 포장마차에서 생닭 2마리를 훔치다가 붙잡혔는데 주민등록도, 호적도 없는 ‘무적자(無籍者)’였다. 갓난아기 때 보육원에 맡겨졌다가 뛰쳐나온 뒤 노숙하며 전전한 것이다. 거주지 신고를 하지 않고 떠도는 ‘거주 불명자’도 40여만 명에 달한다. 사회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극단적인 증발인 ‘자살’이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사회제도의 영향에 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의 융합으로 극소수의 사람들은 신적인 능력을 갖는 ‘호모 데우스’가 될 수도 있지만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고용시장에서 밀어내 사회와의 관련성을 잃고 하찮은 존재로 전락한 ‘무관한’ 사람이 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쟁이 치열하고 서로를 비교하기 좋아하는 폐쇄적인 집단문화일수록 ‘패배자’들은 증발을 택한다. ‘사회적 자살자’인 증발자들이 개인적으로만 해법을 찾기에는 너무 버거운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구자룡 논설위원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 2020년 11월에 만나는 우리들 모임을 알려드립니다 KG 50 2020-10-27
경기50회 동창회 후원금 현황 KG 50 2019-06-18
17884 건강한 장수 비결 10가지 방법 이승우 2020-10-27
17883 환절기에 감기 조심 조심.... 남궁진 2020-10-27
17882 감홍시가 익어가듯 우리네 인생도... 老朋友 2020-10-27
17881 휴식을 위한 연주곡 감상 맑은샘 2020-10-27
17880 이건희 회장 앓던 심근경색… '골든타임'이 생사 갈라 헬스조선 2020-10-27
17879 삼성의 결정적 순간들 동아닷컴 2020-10-27
17878 내 멋진 친구들에게..! 이순범 2020-10-27
17877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세계일보 2020-10-27
17876 인생 보따리 연 수 2020-10-27
17875 이병철의 ‘최대 업적’ 晳 翁 2020-10-27
17874 가장 숭고한 음의 미학, 천상의 그레고리안 성가 맑은샘 2020-10-26
17873 각막염? 결막염? 눈곱 색 보면 알 수 있어 헬스조선 2020-10-26
17872 ‘상계동 슈바이처’ 동아닷컴 2020-10-26
17871 매력 자본 (Erotic Capital) 이순범 2020-10-26
17870 검찰총장과 대선 세계일보 2020-10-26
17869 세상을 바꾼 기업인의 말 晳 翁 2020-10-26
17868 함께 살기 위해 사랑의 편지 2020-10-26
17867 빌 게이츠부터 마이클 잭슨까지, 이건희가 만난 사람들 조선일보 2020-10-26
17866 콩 먹는 노인 '치매' 위험 더 적은 까닭 헬스조선 2020-10-25
17865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 연 수 2020-10-25
17864 이재용 시대 막 올랐지만…풀어야 할 사법문제도 '가득' CBS 노컷뉴스 2020-10-25
17863 한국 재계의 거목 영면하다…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연합뉴스 2020-10-25
17862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 이순범 2020-10-24
17861 너무 달라 두려움마저 드는 文 대통령의 겉과 속 조선일보 2020-10-24
17860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남궁진 2020-10-24
17859 美 사전투표 열기 동아닷컴 2020-10-24
17858 나도 모르게 '뇌 피로' 쌓는 습관 헬스조선 2020-10-24
17857 왕실 부패 세계일보 2020-10-24
17856 깨진 유리도 기회입니다 연 수 2020-10-24
17855 ‘사법 농단’ 100번째 재판 晳 翁 2020-10-24
17854 길을 묻다 조선닷컴 2020-10-23
17853 마음의 등불을 밝혀주는 '바로크'음악 맑은샘 2020-10-23
17852 가을철 건강 관리에 좋은 완전식품 hidoc.co.kr 2020-10-23
17851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남궁진 2020-10-23
17850 ‘라면 형제’ 동생 하늘로… 동아닷컴 2020-10-23
17849 人生은 빈잔 이순범 2020-10-23
17848 사뮈엘과 A씨 세계일보 2020-10-23
17847 명물들이 사라졌다 연 수 2020-10-23
17846 ‘백신 공포’ 晳 翁 2020-10-23
17845 계절에 어울리는 노래모음 맑은샘 2020-10-22
17844 유초유종 (有初有終) 조선닷컴 2020-10-22
17843 환절기에 특히 조심해야 하는 ‘아토피’ hidoc.co.kr 2020-10-22
17842 反독점 제소된 포털 제국 동아닷컴 2020-10-22
17841 황금인생을 만드는 다섯가지 富 이순범 2020-10-22
17840 동네 바보형 세계일보 2020-10-22
17839 신이 준 오늘이라는 선물 연 수 2020-10-22
17838 장관의 ‘저격(狙擊)’ 晳 翁 2020-10-22
17837 Am Alive / Celine Dion 맑은샘 2020-10-21
12345678910,,,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