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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계일보
작성일 2020-05-19 (화) 07:21
IP: 211.xxx.105
국제기구 수장의 수난



  국제기구 수장의 수난    


한국계 미국인인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가 지난해 1월 임기를 3년 이상 남긴 채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총재는 “사임 압력은 없었다”고 했지만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그는 2017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에 참석해 “일대일로 구상이 추진되면서 보다 많은 사람의 발전을 도울 수 있게 됐다”며 “세계은행은 자원을 총동원해 구상의 위대한 비전이 실현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화를 냈을 게 불 보듯 뻔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도 때도 없이 세계은행이 중국 등에 과도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고 험담했다.

세계무역기구(WTO)도 트럼프 대통령의 저격을 피하지 못했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지난 주말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중도 하차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나는 괜찮다”며 반색했다. 이어 “WTO는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취급한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이 얻지 못하는 많은 혜택을 받는다”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WTO는 분쟁해결 최종심을 담당하는 상소기구가 트럼프 행정부의 몽니로 마비되면서 식물기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다음 차례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될 성싶다. 에티오피아 보건장관 출신인 그는 2017년 중국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아프리카 출신 첫 사무총장이 됐다. 올 1, 2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중국당국의 발병 은폐와 늑장 대처를 감싸면서 국제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대한 부실 대응과 친중 행보를 이유로 WHO에 대한 분담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그의 퇴진이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WTO와 WHO는 각각 자유무역의 보루와 인류 건강의 파수꾼 역할을 해왔지만 강대국 간 패권 다툼의 격전지이기도 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코로나19로) 자유질서가 가고 과거의 성곽시대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발 신냉전이 격화하면서 국제기구 수장의 수난을 넘어 기구 자체의 존립까지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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