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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계일보
작성일 2020-03-26 (목) 06:46
IP: 211.xxx.7
사이토카인 폭풍



  사이토카인 폭풍  


190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독일의 파울 에를리히는 면역체계를 연구하던 중 놀랄 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면역체계가 외부 항원에 반응할 뿐 아니라 자기 항원도 공격할 수 있음을 알아낸 것이다.

이를 ‘자가독성 공포(horror autotoxicus)’로 명명했는데 자가면역 개념의 시초가 됐다.

자가면역질환은 우리 몸을 보호해야 할 면역체계가 거꾸로 인체를 공격하는 병이다. 제1형 당뇨병, 전신성 홍반성 낭창, 류마티스성 관절염, 아토피 피부염, 사이토카인 폭풍 등 자가면역질환들은 하나같이 난치병이다. 면역체계의 반란은 진압이 쉽지 않은 탓이다.

자가면역질환은 남녀를 차별한다. 2350만여명의 미국 자가면역질환 환자 중 75%가 여성이다. 자가면역질환은 감염성 질환과 반비례로 발병한다. 감염성 질환이 풍토병으로 자리 잡은 지역에선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반면 선진국에선 최근 수십년간 눈에 띄게 늘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기생충이 점차 박멸되면서 싸울 상대가 없어진 면역계가 우리 몸을 공격한 결과”라는 서민 단국대 교수의 분석이 흥미롭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바이러스 등 외부 병원체가 몸에 들어왔을 때 면역 물질(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돼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현상이다. 환자는 고열과 대규모 염증,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단기간에 사망하게 된다. 20세기 최악의 감염병으로 5000여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면역 반응의 과잉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강한 젊은 층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1918년 이후 5000여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70% 이상이 25~35세 젊은 층이다. 지난 13일 폐렴 증세로 영남대 병원에 입원했다가 숨진 17세 고교생도 사이토카인 폭풍이 사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로나19가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킬 수 있어 젊은 층이 방심해선 안 된다고 의료계는 경고한다. 뾰족한 약도 없어 환자가 고통을 견디는 수밖에 없다. 젊은 층이 면역체계를 과신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소홀히 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유행어가 된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는 말을 되새겨야 한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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