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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晳 翁
작성일 2020-03-23 (월) 06:02
IP: 211.xxx.7
증시의 '개미 동학농민'



증시의 '개미 동학농민'


1894년 동학농민군은 우금치 전투에서 일본군과 최대 접전을 벌였다. 동학군은 공주 남단에 있는 해발 100m 고개 우금치만 돌파하면 수원을 거쳐 한양까지 치고 올라갈 기세였다. 그러나 동학군은 대패했다. 2만~4만명 중 겨우 3000명만 살아남았다.

▶수적으론 동학군이 크게 앞섰다. 관군은 동학군의 거의 10분의 1 규모였고, 관군과 손잡은 일본군은 훈련병까지 합해 500명 남짓이었다. 그런데 양측은 무기부터 달랐다. 관군과 일본군은 영국제 스나이더 소총과 일본군이 자체 개발한 무라타 소총 등 최신식 총기를 갖췄다. '엎드려 쏴' 자세로 한 번 장전에 15발씩 쏴대는 상대를 향해 동학군은 활·칼·창을 들고 맞섰다.

▶한국 증시에서 관군·일본군이 기관투자가나 외국인이라면 개인 투자자는 농민군 같다. 개인 투자자는 무려 620만명으로 전체의 99%를 차지한다. 수(數)에서 절대 우위다. 기관투자가는 2만7000명, 외국인 주주는 1만9000명 정도다. 그런데 개인은 번번이 쓴잔을 마신다.

▶투자 금액 규모는 물론이고 정보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에서 비교가 안 된다. 10억원 이상을 굴리는 '수퍼개미'도 더러 있지만 보통 개미들은 많아야 수천만~수억원이다. 그것도 잘금잘금 사고팔다가 주가가 쑥 빠지면 겁에 질려 손절매한다. 빚내서 큰돈을 날렸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개미도 있다. 단번에 수백억~수천억원씩 던져서 증시 판을 통째로 흔들어대는 외국인·기관에 개미는 항상 먹잇감이다. 지난 6년간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산 10개 종목을 비교해보니 외국인은 6~29% 수익을 올린 반면 개인은 원금 손실이었다. 궁여지책으로 외국인을 따라 추격 매수를 하는 개인도 많다. 하지만 '폭탄 돌리기'의 마지막은 개미 손에서 터지기 일쑤다.

▶이번 코로나 충격으로 폭락장이 이어지고 있다. "취업도 안 되는데 이 기회에 돈 좀 벌자"며 저가 매수를 노리고 주식에 뛰어드는 20~30대도 많다고 한다. 이달 들어 19일까지 개인은 8조6000억원어치 주식을 사 모았는데 외국인은 9조5000억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이 던진 주식을 개인이 받아냈다  . 그 덕에 지난 주말 증시 폭락세가 일시 진정됐다. 개미가 힘을 모아 증시를 떠받치는 형국이다. IMF 외환위기 때도 개미들이 몰렸는데 지금도 비슷하다. 외국인은 상공에서 태풍의 움직임을 관찰하는데 똑딱선을 탄 개인은 바다에서 파도와 싸운다. 주식 투자는 개인의 몫이고 성공한 사람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우금치의 교훈'을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23/20200323000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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