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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계일보
작성일 2020-02-22 (토) 08:51
IP: 211.xxx.132
붉은 완장 홍위병



  붉은 완장 홍위병  


홍위병. 1960년대 중반 문화혁명 당시 마오쩌둥의 전위 조직이다.

홍오류(紅五類)의 자녀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홍오류란 노동자, 빈농, 혁명 간부·군인, 혁명열사 유족을 일컫는 말이다.

낡은 사상·문화·풍습·습관을 없애자는 사구타파(破四舊·포쓰지우)를 내걸고 ‘인간 사냥’에 나섰다. 거리마다 광기가 넘쳤다.

앳된 나이의 그들은 재판관이요, 집행자다. 거리마다 열린 인민재판. 이유도 모른 채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번진 후베이성 인근에도 ‘홍색정권 보위군’이 있었다.

중국에서 만난 칭화대 교수. 부농인 그의 집안도 온전치 못했다. 맨몸으로 산간벽지로 쫓겨났다고 한다. 초근목피로 견딘 10여년. ‘개혁·개방’ 이후 고향에 돌아왔지만 그곳은 비극의 기억만 가득한 땅이었다.

비슷한 광기는 14년 전에도 있었다. 이번에는 ‘개 사냥’을 했다. 중국 윈난성과 산둥성에 번진 광견병. 발병 지점 5㎞ 이내 지역의 개를 모두 도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중국인도 개를 가족처럼 여긴다.

빼앗기지 않으려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숨긴 개는 어떻게 찾았을까. ‘붉은 완장을 찬 사람’들은 밤낮으로 꽹과리를 두드렸다. 개가 짖는 순간 사람들이 난입해 개를 몽둥이로 때려죽인다. 2006년 여름 윈난성 무딩현, 산둥성 지닝에서 벌어진 일이다.

광기는 유령 도시로 변한 중국 도시 곳곳에서 다시 번득인다.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2200명, 확진자는 7만5000명을 넘어섰다. 실제 그런지는 의심스럽다.

코로나19로 죽어도 ‘폐렴으로 죽었다’고 한다니.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다고 강제 연행되다 목이 부러져 숨졌다는 여성.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텅 빈 아파트 단지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잡혀간 교사. 14일간 강제 격리당했다.

식사 후 마작을 한 세 가족. 붉은 완장을 찬 사람들이 난입해 폭력을 휘둘렀다. 그들은 누구일까. 실상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사라진 지식인과 시민 기자들. 어디로 끌려갔을까.

중국에 번지는 광기. 살육과 공포를 부른 홍위병을 연상하게 한다. 그 미래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물음이 될지 모르겠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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