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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계일보
작성일 2020-02-14 (금) 07:51
IP: 211.xxx.132
낯뜨거운 ‘기생충’ 마케팅



  낯뜨거운 ‘기생충’ 마케팅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5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때 논평 한 줄 내지 않았다.

한국당 인사들은 ‘기생충’에 대해 “좌파” 운운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패러사이트(기생충)’ 같은 영화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범여권 ‘4+1 협의체'를 비판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그에 기생하는 군소정당은 정치를 봉준호 감독한테 배웠는지는 몰라도 ‘정치판의 기생충’임이 틀림없다”고 비꼬았다.

차명진 전 의원은 “좌파 감독이라서 그런지 한국 좌파들의 본질을 꿰뚫어 봤다”고 냉소적으로 평가했다.

‘기생충’ 폄훼에 바빴던 한국당이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 4관왕 달성 이후, ‘기생충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봉 감독의 고향인 대구 지역 한국당 총선 예비후보들은 봉 감독 기념사업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대구 중·남구에 출마한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봉준호 생가터 복원과 봉준호 동상 건립, 봉준호 영화의 거리 조성 등을 약속했다. 대구 달서병 예비후보인 강효상 의원은 봉준호 영화박물관 건립을 공약했다.

‘기생충’ 마케팅에는 다른 정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이번 수상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재인정부 문화정책 덕분이라고 자찬했다.

호남 기반의 대안신당은 “김대중정부 때 국가 예산의 최소 1%를 문화정책에 썼다”며 DJ가 이번 ‘기생충’ 쾌거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그제 갑자기 ‘문화 예술 1등 국가’를 5번째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공약 다수가 기존 정부 정책과 유사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화예술인 실업보험제도 추진 공약은 정부가 2017년 발표한 국정운영 100대 과제에 포함됐던 내용이다.

‘기생충’은 국제사회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빈부격차, 계층갈등을 다뤄 전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 낸 영화다. 정치권이 고민해야 할 지점은 바로 ‘기생충’이 발신하고자 했던 사회 양극화 문제다.

영화의 철학과 메시지는 외면한 채 ‘숟가락 얹기’식으로 정치 마케팅에 활용하는 데만 관심을 쏟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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