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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晳 翁
작성일 2019-02-08 (금) 07:40
IP: 121.xxx.250
잃어버린 광장



잃어버린 광장


서울 광화문광장을 보면 안타깝다. 햇빛 피할 수 있는 그늘, 남의 시선을 덜 느껴도 되는 아늑한 장소, 앉아 머리를 식힐 수 있는 벤치 같은 것이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광화문광장은 1만8700㎡나 되는 규모부터 위압감을 준다. 웅장한 공공건물들로 둘러싸인 광장 한복판은 노출증(症)에 걸린 사람들에게나 적합한 장소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니 늘 시위, 집회로 번잡하다. 서울시가 얼마 전 내놓은 광화문광장 재(再)조성안에 따르면 광장 풍경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거기에다 5년째 광장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세월호 천막들을 대하면 막막해진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들을 철거하고 대신 상설 시설을 세운다고 한다. 예산 2억원을 배정했고 오는 3월 개관할 예정이다. 거기에 세월호 관련 전시 작품들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임시 천막 대신 아예 고정 시설을 운영하겠다는 걸로 들린다. 다시는 세월호 사고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문제점을 찾아내고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 세월호 천막이 거기에 어떤 기여를 했나. 너무나 늘어지고 과도한 요구에 되레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효과가 일어나지는 않았나.

▶세월호 기념 시설은 학생들이 살던 안산이나 사고가 난 목포 등에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광화문광장은 이제 시민에게 돌려줬으면 한다. 5년이나 됐다. 추모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나. 그러나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도록 강요당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 광화문에는 광장다운 광장, 공원 같은 공원, 시민들이 위안받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갖고 싶다.

▶서울시가 강남의 현대자동차 사옥(구 한전 사옥)과 코엑스 사이 영동대로에 광화문광장 1.6배 크기의 거대 광장을 하나 더 만드는 안을 추진 중이다. 지하에 복합환승센터와 쇼핑몰을 넣고 차들은 광장 밑으로 지나게 한다는 것이다. 요즘 서울시가 하는 일을 보면 강남에 또 하나의 시위, 집회의 메카를 세우겠다는 것 같다. 거대 광장 집착증이다.

▶뉴욕 맨해튼의 록펠러  센터 부근에 '팰리 파크'라는 미니 공원이 하나 있다. 수십층 빌딩들로 3면이 둘러싸인 100평 정도 작은 공간이다. 벽분수가 설치돼 있고 나무 그늘 아래 10여 개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어 시민들이 잠깐씩 쉬다 간다.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정치성 구호 같은 것은 물론 없다. 광화문에선 이런 '숨은 오아시스' 같은 휴식 공간을 언제나 볼 수 있게 될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07/20190207028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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