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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晳 翁
작성일 2019-01-08 (화) 11:21
IP: 121.xxx.250
대통령 집무실 이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를 설계한 건축가 피에르 랑팡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쉬운 평지 한복판에 백악관을 배치하고 언덕 위 의회 건물을 올려다보게 했다. 대통령이 낮은 자세로 의회와 국민을 섬기며 소통하라는 뜻이다. 백악관 앞 광장에 서면 창살 사이로 대통령 오가는 모습까지 보인다. 반면 북악산 기슭 외딴곳에 자리 잡은 청와대 본관과 관저는 지대가 높아 서울 시내를 굽어본다. '풍수 박사'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그런 곳에서 지내다 보면 대통령이 모든 걸 다 파악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했다.

▶현재 청와대는 위치와 구조 자체가 '일하는 곳'이 아니라 '위세 부리는 곳'이다. 청와대 터는 25만㎡로 백악관 총면적 7만3000㎡보다 3.4 배쯤 된다. 대통령 한 사람이 차지하는 본관은 지나치게 크고, 참모동까지 거리도 500m가 넘는다. 한 전임 대통령은 취임 후 집무실을 처음 보고 "테니스 쳐도 되겠구먼"이라고 했다. 대통령을 만나고 나오던 사람이 문까지 거리가 멀어 중간에 돌아서서 한 번 더 인사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 후보들은 "국민과 함께 호흡하겠다"며 청와대 집무실 이전 공약을 단골로 들고 나왔다. 김대중·노무현·이회창 등이 그랬다. 하지만 매번 경호와 의전, 시민 불편이라는 이유로 흐지부지됐다. 특히 광화문 정부 청사로 옮기겠다는 구상을 놓고 안보 전문가들이 "북악산·인왕산이 막고 있는 청와대와 달리 정부 청사는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반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호 공약으로 내세웠던 '집무실 광화문 이전'도 백지화됐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부터 "퇴근길에 남대문시장에서 상인들과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집무실 이전이 "노무현 청와대에 근무할 때부터 그려 왔던 구상"이라고 했었다. 이번에도 경호·의전 때문이라는데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지낸 사람이 그 문제를 이제야 깨달았나. 정부 광화문시대준비위는 "대통령이 실무적 검토보다 이념으로 광화문 시대를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표를 얻으려고 쇼를 했다'는 고백이나 같다.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는데도 '광화문 시대' 공약이 호응을 얻은 건 제왕적 대통령들의 행패에 국민이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집무실 위치를 바꾸지 않아도 얼마든지 겸허한 대통령, 절제하는 대통령, 소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사람의 생각과 의지의 문제이지 집무실이 어디 있느냐가 무엇이 중요하겠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07/20190107029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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