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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晳 翁
작성일 2019-01-01 (화) 08:15
IP: 121.xxx.250
'그래도 살아남을 것이다'
 

'그래도 살아남을 것이다'  


310년 전 새해는 첫날 아침부터 어두웠다. 앞선 해 9월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불거진 미국발 금융 위기가 일본·EU 같은 선진 경제권까지 마이너스 성장률로 돌려세웠다. 한국도 직격탄을 맞았다. 증시는 900선 밑으로 폭락했고 환율은 달러당 1500원대까지 치솟았다. 반 토막 난 주식·펀드 계좌가 속출했다.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고등어 펀드', 4분의 1토막이 났다는 '갈치 계좌' 얘기로 민심이 흉흉했다. '제2의 외환 위기설'이 나돌며 실물경제마저 침체에 빠졌다. 'IMF' 이후 최대 시련기였다.

▶본지는 그해 신년호 1면에 '대한민국은 위기 때마다 성장했다'는 기획을 실었다. '한국 경제는 위기에 강하다. 위기 때마다 새롭게 성장하고,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한다'고 했다. '한국이 삼성전자·LG전자·포스코·현대중공업·SK텔레콤 같은 글로벌 기업군을 갖게 된 것도 IMF 위기 덕분이었다'고 썼다. IMF 사태는 저주가 아니라 외려 '축복'이었다고 했다. 우리 경제는 이후 자동차·휴대폰·반도체를 수출 주력 삼아 질주했다. 위기에 강한 한국의 저력이 살아났다.

▶위기 땐 눈물과 희생도 뒤따랐다. 20년 전 본지 신년호 1면엔 제일은행이 미국 투자 컨소시엄에 넘어간다는 기사가 실렸다. '몸통 경제'가 휘청거리자 일터까지 외국에 팔렸다. 제일은행은 4000명 넘게 퇴직하는 쓰라린 구조조정을 겪었다. '남은 사람들은 또다시 정리 해고에 휩싸이지 않도록 잘해야 합니다.' 한 퇴직자의 당부가 담긴 영상을 보며 은행원들은 눈물을 뿌렸다. 함께 고통받던 국민의 심금을 울린 '눈물의 비디오'였다. 'IMF 위기'를 맞은 1997년 한 해만 30대 대기업 중 기아·한라·삼미·진로·해태·뉴코아가 줄줄이 무너졌다. 뼈를 깎는 칼바람은 수많은 회사원을 거리로 내몰았다.

▶올해도 전망은 어둡다. 미·중 무역 갈등은 아직 캄캄한 안갯속이고, 수출 견인차인 자동차·휴대폰·반도체는 비틀거린다.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여러 통계 수치도 잿빛 일색이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주 52시간을 시행했는데도 저소득층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고 대신 식당·편의점 같은 또 다른 '을'들만 비명을 지른다. 출구가 안 보인다.

▶그래도 해는 뜬다. 기해(己亥)년 새해가 밝았다. 연초의 암울한 걱정이 연말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두 손 모아 빈다. 우린 주저앉지 않을 것이다. 20년 전, 10년 전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31/20181231025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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