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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晳 翁
작성일 2018-09-18 (화) 05:52
IP: 211.xxx.45
'결포(결혼 포기) 세대'
 

'결포(결혼 포기) 세대'


후배 한 사람이 어제 "4년 반 사귄 이와 결혼한다"며 찾아왔다. "같이 커 나가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면서 살겠다"는 다짐을 곱게 접은 옥색 청첩장에 담았다. 후배는 1985년생, 예비 신부는 두 살 연상이란다. 흔히 말하는 '에코 세대'다. 1979~1985년생으로 한 해 70만명쯤 태어났다. 1955~1963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부모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아 메아리치듯 자식을 많이 낳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인구 메아리는 잦아들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 '에코'의 운명 같아 섬뜩할 정도다. 여신 헤라는 에코에게 "남이 말한 뒤에 말할 수는 있으나 남보다 먼저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저주했다. 에코는 시름시름 앓다 뼈와 살이 모두 사라지고 목소리만 남게 됐다고 한다. 1996년 69만1000명 정도이던 한국 신생아는 2001년 50만명, 2002년 40만명으로 줄더니 작년엔 35만7000명대로 내려앉았다. 올핸 30만명 선도 무너질 수 있다고 한다.

▶어제 본지에 일본 '결포 세대' 얘기가 실렸다. 2015년 일본 남성 35%, 여성 24%가 독신으로 30대 후반을 맞았다고 한다. 결혼을 포기한 중년 독신을 일컫는 '아라포 세대'란 조어도 생겼다. 40세 근처를 뜻하는 '어라(아라)운드 포티'를 줄인 말이다. 남 얘기가 아니다. 우리도 이미 2015년 20~49세 여성의 37%가 독신이다. 지난 2000년엔 27%였다. 작년 결혼 26만4500건은 인구 1000명당 5.2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한국 소멸' 사태를 막으려면 비혼(非婚), 만혼(晩婚) 인구부터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서울대 이철희 교수가 2016년 배우자 있는 여성을 따로 조사했는데, 평균 아이 2.23명을 낳아 2000년 1.7명보다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했다. '결혼→출산' 고리만큼은 더 탄탄해졌다.

▶처녀·총각이 결혼을 꺼리는 이유가 점점 더 많아지고 강해진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본지 '저출산' 취재팀이 만난 30~35세 비정규직 미혼 남성들은 "서울에서 살려면 전세도 2억원 이상 된다. 그걸 언제 모으나"라고 한탄했다. 번듯한 기업에 정규직으로 들어가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청년 실업률은 갈수록 치솟는다. "요즘은 돈 있는 집 자녀만 결혼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결혼이 특권이 되면 그 나라는 희망이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7/20180917032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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