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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晳 翁
작성일 2018-06-07 (목) 07:36
IP: 211.xxx.109
美 동부 시각 저녁 9시


美 동부 시각 저녁 9시


2009년 8월 오바마가 미 동부 시각 저녁 9시에 회견하려 할 때다. "3대 방송사가 오바마의 프라임 타임 요구에 불만"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광고 수입이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황금 시간대를 대통령이 자주 쓰는 바람에 수익이 준다고 했다. 오바마는 취임 첫해 여섯 달 동안 프라임 타임에 4차례 회견했다. 앞선 '아들 부시'가 8년간 단 4차례만 이 시간대에 회견한 것과 비교됐다. CBS방송 간부는 "오바마가 프라임 타임을 공짜로 잡아먹는다"고 불평했다.

▶올 평창올림픽 때 피겨 스케이팅 경기는 일찌감치 오전 10시로 결정됐다. 1조원을 내고 올림픽을 독점 중계하는 NBC방송이 피겨 경기를 미국 프라임 타임에 맞춰 중계하겠다고 고집한 결과다. 피겨 선수들은 인체 시계 리듬을 맞추려고 취침·기상을 3시간씩 앞당겨야 했다. 우리 간판스타 최다빈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났고 강릉 경기장에서는 7시 10분에 공식 훈련했다고 한다.

▶미국 본토는 시간대가 넷으로 나뉜다. 서쪽부터 태평양표준시(PST)·산악표준시(MST)·중부표준시(CST)·동부표준시(EST)를 쓴다. 미국 방송이 인기 프로그램을 알릴 때 '9pm EST/6pm PST'라고 적어놓으면 '동부 저녁 9시, 서부 저녁 6시'에 시작한다는 뜻이다. '동부 시각 저녁 9시'는 워싱턴과 뉴욕으로 대표되는 이 지역이 전 세계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 기호 같은 역할도 한다.

▶백악관 대변인은 그제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싱가포르 시각으로 아침 9시, 미국 동부 시각으로 저녁 9시에 열린다"고 밝혔다. 마치 TV쇼 예고하듯 정상회담 일정을 미국 시각으로까지 밝힌 경우도 흔치 않다. 리얼리티 쇼 사회자로 활동하며 TV 위력을 체득한 트럼프가 이렇게 말하라고 지시하지 않았을까. 트럼프도 얼마 전 북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가능성을 시사하며 '채널 고정'이란 뜻으로 "스테이 튠드(stay tuned)"라고 했다.

▶트럼프는 김정은 특사인 김영철을 백악관에서 만난 뒤로 북의 '단계적 조치'를 받아들일 듯이 말했다. 주한 미군 문제는 얼버무렸다. 입장이 바뀐 게 아니냐는 우려가 미국에서 먼저 나왔다. 시청률 높은 시간대를 노린 생방송 중계도 합의가 어려운 비핵화보다는 '만남' 자체를 부각해 지지율만 높이려는 건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미북 회담을 며칠 앞두고 나온 '미 동부 시각 저녁 9시' 발표는 어쩐지 이번 회담이 TV 쇼로 흐를지 모른다는 걱정을 깊게 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06/20180606024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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