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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晳 翁
작성일 2018-05-22 (화) 09:43
IP: 211.xxx.109
北 비자 1000만원
 

北 비자 1000만원


북한은 2000년대 초 대북 사업을 위해 처음 방북하는 남측 기업인들에게 '사업 담보비' 명목으로 한 사람당 1만~5만달러를 받았다. 사업비가 커질수록 담보비도 올라간다. 한 대북 사업가는 "실제 투자 의사가 있다는 걸 증명하라는 돈인데, 북 담당자 입장에선 사업에 문제가 생겨 숙청되는 경우를 대비한 보험금 성격도 있었다"고 했다. 약 20일 걸리는 방북 절차를 10일로 줄이려면 '급행비' 수백~수천달러를 물어야 한다. 초청자 기분에 따라서는 반값도 가능했다고 한다.

▶기업가 돈만 뜯는 게 아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국제 구호단체가 식량 원조를 시작하자 외무성은 북한 내 수송비까지 부담하라고 떼를 썼다. 수송비를 달러로 받아낸 뒤 실제 수송은 굶주리는 지방 정부로 떠넘겼다. 외무성 지갑은 두둑해졌지만 북 주민에게 돌아갈 몫은 그만큼 줄었다. 한 방송사 PD는 "북 공연을 준비하면서 10만달러가 든 007 가방을 식탁 테이블 밑으로 북 관계자에게 전달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한때 한국 언론사들이 방북 경쟁을 벌이면서 거액의 뒷돈을 지불했던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현물로도 '삥'을 뜯는다. 2005년 국내 한 출판사는 인기 외국 소설 한국어판을 북에서 100만부 찍으려고 했다. 일정 액수는 북 어린이를 돕는 데 쓸 계획이었다. 그러나 북측이 '4색 인쇄 설비'를 달라고 요구하면서 협상이 틀어졌다고 한다. 북 취재를 마친 어느 방송사에는 '방송 장비를 두고 가라'고 요구했다. 북에 한번 들어간 차량이나 건설 장비도 그대로 갖고 나오기는 어렵다.

▶북이 풍계리 폭파 쇼에 초청한 외신 기자들에게 1인당 1만달러(약 1080만원)의 비자 발급비를 요구했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입국 비자일 것이다. 과거 비자 발급비는 수백~수천달러 수준이었다. 외신이 "해도 너무한다"고 항의하자 북측은 '돈 벌려고 풍계리 폭파하는 것 아니다. 발급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북 관광비자의 공식 발급비는 10유로(약 1만3000원)다. 풍계리에 가는 외신들에까지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북 경제가 극심하게 어렵다는 증거일 수 있다. 한 고위 탈북자는 "망신당할 걸 알면서도 돈을 뜯어내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대북 제재가 북핵 완전 폐기로 가는 길이라는 걸 '북 비자비 1000만원'이 보여준 것 아닐까.

- 조선일보 만물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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