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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晳 翁
작성일 2018-05-09 (수) 08:09
IP: 211.xxx.109
'철도의 날' 교체
 

'철도의 날' 교체


'화륜거(火輪車) 구르는 소리는 우레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1899년 9월 18일 오전 9시. 노량진을 출발한 기차가 첫 기적 소리를 토해냈다. 제물포까지 33.8㎞를 1시간 40분 만에 주파했다. 걸어서 12시간 걸리던 길이었다. 기차에 동승한 '독립신문' 기자는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며 철마의 속도에 감탄했다.

▶경인선은 원래 미국인 모스가 따냈으나 자금 부족으로 일본인에게 넘어갔다. 일본은 경부선 경의선 경원선을 차례로 개통했다. 식민 지배와 대륙 진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철도의 등장은 우리네 삶을 크게 바꿔놓았다. 정부는 해마다 경인선이 개통한 9월 18일을 '철도의 날'로 정해 기념해 왔다.

▶어제 열린 국무회의가 '철도의 날'을 6월 28일로 바꿨다. 일제 잔재 청산과 민족 자주성 회복을 위해서라고 한다. 새 기념일이 된 6월 28일은 1894년 갑오경장 때 정부 개편으로 우리나라 철도국이 창설된 날이다. 무엇이든 '일제 잔재'란 딱지만 갖다 붙이면 맥을 못 추게 돼버린 세태지만 왠지 억지춘향이란 느낌이다.

▶갑오경장은 일본군이 청일전쟁 와중에 경복궁을 점령한 뒤 강제로 밀어붙인 개혁이다. 당시 새로 생긴 정부 조직 가운데 공무(工務)아문 아래 전신·광산 등 8국(局)을 뒀는데, 그중 하나가 철도국이었다. 일제 잔재를 청산한다고 경인선 개통의 의미는 부정하면서 일본의 강요로 탄생한 철도국을 '철도의 날' 기점으로 삼는 건 괜찮다는 건가. 철도국은 국장 1명과 주사 2명이 전부인 초미니 부서였다. 여기서 우리나라 철도 발전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어느 역사책에서도 본 적 없다. 그러니 기왕 거슬러 올라갈 거면 1884년 갑신정변 주역 김옥균이 도로 정비를 주장한 '치도약론'(治道略論) 발표일을 기념일로 하는 게 어떠냐는 조롱 섞인 얘기까지 나온다. 철도국 창설일인 1894년 6월 28일은 음력이었다. 이를 양력 6월 28일로 기념한다는 것도 어색하다.

▶기념일 하나가 생겨난 데는 다 그럴만한 연유가 있다. 공중(公衆)의 합의 속에 오랜 세월 이어져온 기념일은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정부는 건국 기점을 1948년 대한민국 수립에서 1919년 임정 수립일로 변경하더니 '국군의 날'과 '경찰의 날'도 바꾸려 하고 있다. 5년 임기의 정권 한번 잡았다고 수십 년 이어져온 관례와 문화는 모두 적폐로 보이는 모양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8/20180508033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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