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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성조선
작성일 2018-05-08 (화) 19:01
IP: 211.xxx.109
국보급만 160점, 삼성가 문화재 엿보기


 
국보급만 160점, 삼성가 문화재 엿보기    



이종선 전 호암미술관 부관장 인터뷰

이종선 씨는 가급적이면 시빗거리가 생길 일은 활자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개인의 수집품이 모여 박물관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싶어서 책을 기획했고, 그 이상 혹은 그 이하의 의도가 없다는 점을 확실히 짚고 시작하고 싶다고 말이다. “삼성가의 이야기를 한 것은 제가 20년 동안 근무했던 곳이기 때문이에요.

수집품의 이면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당시 상황이 어땠고 돈은 얼마나 들어갔는지 등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제가 알고 있잖아요.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의 수집품이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거든요. 다른 대기업이 아닌 삼성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들(재벌)이 돈이 많아서 취미로 했는지, 재테크로 했는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차원에서 한 행보인지 등에 대해서는 제가 논의할 부분이 아닙니다.”

호암미술관의 설립과 개관, 운영을 위해서 특별 채용됐던 그는 20년 동안 그곳에 몸담으며 전문연구원과 학예연구실장을 거쳐 실질적인 부관장을 역임했다. 재임기간 동안 중국 국보급 문화재인 자금성 소장 미술품의 ‘명청 회화 명품전’, 영국 V&A박물관의 한국실 설치 협의 등 다양한 사업을 이끌었다.

삼성가의 국보급 문화재 1백50여 점에 대한 수집과 확보를 최전선에서 이끌기도 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런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세간에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이 쌓였다. 이병철 회장부터 이건희 회장까지, 누구도 알 수 없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절제의 미학, 호암 이병철

“아무래도 접촉한 시간이 많았죠. 중요한 골동품의 옥션이 진행되고 있으면, 급하게 결정해야 하는 순간도 있잖아요. 덕분에 프라이빗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출근할 때 와이셔츠를 집어넣고 바지를 올리는 순간을 포착한 적도 있고, 전화로 긴박하게 미술품 구입을 결정할 때도 많았고요.”

삼성패밀리 구성원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은 다른 재벌 집안들과 달랐다. 건축 설계부터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이병철 회장에게 보고를 거치지 않고 진행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국전 관람을 열심히 하고 미술계 동정에 항상 관심이 있었어요. 미술에 관련된 것은 크든 작든 수시로 이병철 회장에게 보고가 들어갔습니다. 이 회장은 돈이나 사람 쓰는 것을 조심하는 스타일이에요. 미술품 수집에서도 똑같았어요. 특징이 있다면 비싼 것은 절대 안 샀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은 구입했지만, 절제의 미학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에서는 벗어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작품은 적극적으로 구입하기도 했다. 일본에 벌어진 경매를 통해 낙찰에 성공해서 들인 국보 청자진사주전자는 상당한 고가에 낙찰했음에도 굉장히 기뻐했다고 한다.

학예실장으로 일할 때 이 씨는 쓸데없는 오해를 받는 것이 싫어서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호암이 거부하면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아름다움, 기능성, 소장품의 특성 반영 전시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볼 때 리움미술관은 글로벌 환경변화를 읽은 모범적인 박물관이다.

백자 마니아, 명품주의 이건희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스타일이 완전히 달랐다. 이병철 회장은 부인 박두을 여사에게 엄격한 내조를 요구했다면, 이건희 회장은 홍라희 관장이 미술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스타일이었다.

이 씨는 이건희 회장과 처음으로 대면하던 날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중앙일보에서 이사로 일을 배우던 중이었는데, 그의 방에 놓여 있던 장식품과 미술품이 인상적이었다고. 동네 꼬마들이 가지고 놀 법한 백자 소꿉이 놓여 있어 나중에 알고 보니 백자 명기였단다. 단박에 이건희 회장이 백자에 조예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흔여섯의 나이에 기업을 물려받은 이 회장은 실제로 문화재에 각별한 애정이 있었고, 문화재 수입에도 박차를 가했다. 그 하나가 ‘국보 100점 수집 프로젝트’였다. 말 그대로 국보 100점을 채우는 일인데, 이 프로젝트가 다양한 수집품들이 삼성으로 올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백자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어서 공부도 열심히 했다. 백자 수업을 많이 들었고, 골동상과 만나는 횟수도 잦았다. 한번 빠지면 끝을 보는 성미라서 나중에는 백자 감정이 가능할 만큼 수준급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이건희 회장은 한마디로 명품주의예요. 하나의 제대로 된 수집품만 있어도 컬렉팅 전체의 수준이 올라간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는데, 맞는 말이죠.”

이건희 회장은 값을 따지지 않는다. 전문가의 확인만 있으면 별말 없이 결론을 내고 구입한다. 리움 컬렉션에 명품이 많은 이유다. 이건희 회장의 명품주의가 미술 수집에도 적용된 것이다. 명품주의 원칙을 지킨 이건희 회장의 미술관 프로젝트 덕분에 삼성미술관-리움이 완성됐고, 그 안에는 엄청난 보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보관되고 있다. 삼성이 비교할 수 없는 명품 컬렉션을 가질 수 있게 된 힘이기도 하다.

재벌과 박물관

이런 이야기를 담은 <리 컬렉션>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삼성가의 검수와 동의를 받는 과정 또한 간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펴낸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삼성처럼 할 수 있을 거예요. 오너 독주가 아닌, 전문가들 집단이 활동하면 우리 미술이 좀 더 좋아질 수 있을 겁니다. 삼성이 돈이 많은 재벌이라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의 비전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양질의 컬렉션을 만들잖아요. 대중의 눈으로 쉽게 미술품을 이야기하는 책들도 더 많이 나오면 좋겠지요. 그러면 미술이 다양하게 확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단순한 수집가의 취미 이상으로 기업가 정신이 좋은 영향을 미친 덕이라고 했다. 박물관 본연의 가치를 살리려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시선과 의견이 있지만, 삼성이 이런 흐름의 선두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으리라는 것이 이 씨의 마지막 말이었다.

삼성가 수집품, 어떤 것들이 있나?

이종선 전 관장은 20여 년간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가장 가까이에서 삼성가의 명품 컬렉션을 주도했다. 당시 수집품들과 삼성가에 들어오기까지의 숨은 이야기를 함께 공개한다. 현재 삼성가는 국보급 문화재 1백6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❶ 고구려반가상(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제118호

 
삼국시대 / 청동에 도금 / 높이 17.5㎝ / 삼성미술관 - 리움 소장
우리나라는 고구려 유물이 희귀하다. 위치상 대부분 북한에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이 고구려 금동반가사유상의 가치가 참으로 높다. 이 반가상은 우리나라 반가사유상 중 가장 오래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래 이 반가상을 소장하고 있던 김동현 씨와 당시 학예실장이었던 이 전 관장의 만남이 이루어지면서 이건희 회장에게 양도됐다. 이 외에도 김동현 씨가 가지고 있던 다수의 골동품이 함께 이 회장에게 양도되었고, 이 회장은 사례로 그의 집을 옮겨줬다.

❷ 청자상감운학모란국화문매병·보물 제558호

고려시대 / 높이 32.2㎝ 입지름 7㎝ 밑지름 14.5㎝ / 삼성미술관 - 리움 소장
호암이 제일 아꼈던 작품. 다른 작품에 비해서 구경이 조금 넓은 편이다. 몸체 전면에는 구름 사이로 하늘을 날아오르는 학과 세 겹의 원에 둘러싸인 26개의 모란과 국화가 네 개의 단을 이루어 흑백상감 되어 있다.

❸ 가야금관 및 장신구 일괄·국보 제138호

삼국시대 / 높이 11.5㎝ 밑지름 20.7㎝ / 삼성미술관 - 리움 소장
호암이 잠 못 이루며 아낀 첫째 보물이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소재를 파악해야 직성이 풀릴 만큼 호암의 애착이 대단했다고 한다. 직접 금관의 부속 유물들을 몸체에 부착해보며 들여다보기도 했다고. 1971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호암 이병철 수집 문화재 특별전’에서 세간에 처음으로 공개되었는데, 도굴과 도난 우려가 큰 유물이라 경비가 대폭 강화되었다. 그래서 이병철 회장은 금관과 똑같은 복제품을 만들어 진품 대신 전시하도록 지시했다. 꽤 오랜 시간 박물관에는 복제품이 진품의 자리를 차지한 채 전시되는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❹ 청자진사주전자·국보 제133호

고려시대 / 높이 33.2㎝ 밑지름 11.4㎝ / 삼성미술관 - 리움 소장
방탄유리에 보관하며 지킨 호암 컬렉션의 자부심이다. 13세기 성황을 이룬 고려청자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 1970년 초 일본 오사카시립박물관에서 열린 경매전시 때 이 회장에게 오게 됐다. 경매가 시작되자마자 청자진사주전자의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결국 3천5백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낙찰의 주인공은 이 회장이 보낸 인사였다. 당시 국립대 입학금이 3만원 정도였는데, 큰 금액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무척 만족해했다고 한다.

❺ 백자달항아리·국보 제309호

조선시대 / 높이 44㎝ 몸통지름 42㎝ / 삼성미술관 - 리움 소장
이 전 관장이 백자 마니아인 이건희 회장의 출근을 막아서면서까지 결재 처리한 에피소드가 있는 도자기다. 이 전 관장은 정확한 가격은 공개할 수 없지만 당시 아파트 여러 채 값을 치렀다고 전했다. 구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보물로 지정되었다가, 세월이 흘러 가치가 재평가되어 국보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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