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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晳 翁
작성일 2018-04-07 (토) 06:51
IP: 211.xxx.109
워싱턴까지 번진 '블랙리스트'
 

워싱턴까지 번진 '블랙리스트'


노무현 정부 시절의 일이다. 미 기업연구소(AEI) 에버스타트 연구원의 발언이 정권 핵심부의 신경을 건드렸다.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이 비극으로 끝났다면, 이를 되풀이하는 노무현 정부 대북정책은 광대극과 같다"고 했다.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계속되는 그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러자 정부는 7년간 37만달러를 받아온 그에 대한 지원 중단을 포함, AEI에 대한 지원을 축소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조짐이다. 정부가 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에 구재회 소장의 경질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연간 20억원의 예산 지원을 중단키로 했다. 청와대가 구 소장의 성향을 집요하게 문제 삼았다고 한다. 이재오 전 의원이 이곳에 머물 당시 구 소장이 친분을 쌓은 것이 문제가 됐다는 얘기가 들린다.

▶USKI는 2012년부터 북한 전문 매체 '38 NORTH'를 운영해왔다. '38선 너머 북한을 들여다본다'는 뜻의 이 매체는 상업용 인공위성이 찍은 북한을 구석구석 분석해왔다. 평창올림픽 직전의 열병식 준비나 영변 5MW 원자로 부근의 공사 시작을 전한 것도 38노스였다. 북은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우리 정부가 USKI 지원을 중단하면 38노스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결과적으로 북이 불편하게 여겨왔던 대상을 한국 정부가 대신 정리해 주는 격이 될 수도 있다.

▶국내에서 문제가 됐던 블랙리스트 논란이 해외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엔 전직 주한 미국 대사가 내정됐는데 이곳도 손보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세종재단 이사장이 바뀐 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냈던 인사가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떠난 것도 비슷한 사례가 아닌가 거론된다.

▶미국에선 외국 정부가 자신들 입맛에 안 맞는다고 싱크탱크 지원 자금을 끊거나 소장 교체를 요구하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제네바 미·북 협상 대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갈루치 USKI 이사장은 구 소장을 경질하라는 압박을 받았다며 "한국 정부에 아주 실망했다"고 했다. 이런 여론이 미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고 있을 것이다. USKI 한 관계자는 "우리가 북한 정권의 표적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국 정부의 공격 타깃이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중요한 국가 자산을 우리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 우리는 밖에 나가서도 우리끼리는 참 무섭게도 싸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06/20180406028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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