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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晳 翁
작성일 2018-03-17 (토) 08:45
IP: 222.xxx.111
CIA 마담 디렉터
 

CIA 마담 디렉터


영화 '색계'에서 미인계로 친일파 핵심을 암살하려던 작전은 결국 실패로 끝난다. 암살 대상인 남주인공(배우 양조위)에게 마음 뺏긴 여주인공(탕웨이)이 마지막 순간에 '힌트'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선 미인계가 통할 때가 많다. 1986년 이스라엘 핵 기술자 모르데하이 바누누는 핵무기 정보를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흘렸다가 런던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미인계에 걸려 쥐도 새도 모르게 예루살렘으로 압송돼 18년간 수감됐다.

▶1992~1996년 영국 국내정보국(MI5)을 이끈 건 첫 여성 국장 스텔라 리밍턴(82)이었다. 영화 '007'에 등장하는 여성 정보국장 'M(주디 덴치)'의 실존 모델이기도 하다. 리밍턴은 한 인터뷰에서 "여성은 동정심을 유발하고 설득력이 있고 때론 잔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보 요원으로선 최적격"이라고 했다. 리밍턴 임명 이후 여성이 미인계 주인공으로만 활동하던 시절은 끝났다.

▶미국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마담 세크리터리(secretary·장관)'는 CIA 분석관 출신 여주인공(티아 레오니)이 국무장관으로 맹활약하는 내용이다. CIA 시절 고문(拷問)에 관여한 적이 있지만 냉철한 분석력과 교섭력으로 당면한 외교 난제를 풀어간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CIA 국장으로 여성인 지나 해스펠(62) 부국장을 지명했다. '마담 세크리터리' 주인공처럼 고문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걸림돌이나 상원 청문회를 통과하면 CIA 역사상 첫 '마담 디렉터(director·국장)'가 된다. CIA 근무 경력이 30년이 넘는데도 알려진 개인 정보는 '일과 결혼한 여자' '훈장 4개 탄 최고의 스파이' 'CIA 비밀공작국장 출신' 정도에 불과하다. 해스펠이 평창 올림픽 기간 극비리에 방한(訪韓)해 남북 당국자와 접촉했다는 소문도 있다.

▶'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지만 모사(謀士·꾀 많은 참모)가 많으면 평안을 누릴 것'이란 성경 구절이 모사드의 좌우명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국가일수록 정보와 지략이 존망(存亡)을 가를 수 있다. 해스펠 CIA 국장 내정자를 보면서 우리 국정원장들을 생각한다. 온갖 사람이 있었지만 진짜 '스파이 대장'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는지 모르겠다. 연예인 같은 사람이 우스꽝스러운 쇼를 하기도 했다. 지금 대북 교섭의 전면에 나서 있는 국정원이 뒤로는 냉정하게 적정(敵情)을 탐지하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16/20180316026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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