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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선닷컴
작성일 2018-03-08 (목) 08:44
IP: 211.xxx.109
클리블랜드의 무낙관 그림



 
클리블랜드의 무낙관 그림  


서양의 동양미술사 전공자들이 한국미술을 보는 시각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떨어지는 마이너리그라고 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중국과 일본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미학을 갖고 있다는 견해다.

클리블랜드 미술관에서 동양미술부 수석큐레이터로 30여년간 근무했던 마이클 커닝햄은 한국미술의 절대적 지지자 중 한 분이다.

그는 대학에서 동양미술사를 전공하고 박물관에 들어온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미술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고 한다. 책이나 도록도 적었고 미국 박물관에 유물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별로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한국미술에 눈을 뜨게 된 것은 1979년부터 3년간 미국 주요 미술관을 순회 전시한 '한국미술 5천년전'이었다고 한다. 그것은 동양미술 세계의 새로운 발견 같은 충격이었다고 했다.

20년 전 클리블랜드 미술관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유물창고에서 '버드나무와 제비'<사진>라는 무낙관 그림을 꺼내 와 보여주었는데 아주 멋있는 그림이었다.

종이와 먹을 보면 17세기로 판명되는데 버드나무의 스스럼없는 필치는 조선식이고 떼 지어 나는 제비들에는 중국 냄새가 있었다. 한국회화사가 전공인 나는 명나라 그림 같다고 했는데 중국회화사가 전공인 그는 조선 그림으로 보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이렇게 설명했다. 이 늙은 버드나무는 자기 머리 위에 돌출된 바위가 있는 줄 모르고 위로 자라다가 절벽에 받혀 다치기를 수없이 반복한 다음 결국 옆으로 방향을 바꾸어 이처럼 상처 입은 고목으로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봄이 되자 싱싱한 가지를 맘껏 뻗어내리면서 흐드러진 아름다움을 자랑하는데 수십 마리의 제비가 나무의 생장과 봄을 축하하는 화려한 비행 축제를 벌이고 있는 그림이라면서 이런 여유로운 내용과 유머를 중국 그림에선 본 적이 없다면서 조선 그림일 수밖에 없다고 단정 지었다. 나는 그에게 '졌다(You win)'고 하고 내 주장을 거두어들였다

-  유홍준 명지대 교수·미술사 -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06/20110406025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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