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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맑은샘
작성일 2018-02-06 (화) 08:34
IP: 211.xxx.109
죄 없이 나무로 변한 다프네

   
죄 없이 나무로 변한 다프네


잔 로렌초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1598~1680)는 미켈란젤로의 뒤를 잇는 천재적 미술가로 불리며 당대를 호령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중 '아폴로와 다프네'의 한 장면을 묘사한 이 조각은 그가 얼마나 뛰어난 조각가였는지를 증명하는 놀라운 작품이다.


(잔 로렌초 베르니니, 아폴로와 다프네, 대리석, 높이 243㎝, 로마 보르게제 갤러리)

'태양의 신(神)' 아폴로가 강(江)의 님프 다프네에게 한눈에 반해버렸다. 하지만 다프네는 아폴로가 싫었다.

아폴로는 그녀의 거절에도 아랑곳 않고 다프네를 맹렬히 쫓았다.

다프네는 더 이상 도망칠 힘을 잃자 아버지인 '강의 신'에게 절박하게 구원을 요청했다.

"나를 괴롭히는 미모를 망가뜨리든지, 내 삶을 망친 몸을 바꿔달라"고 말이다.

마침내 아폴로의 손이 다프네의 몸에 닿는 순간, 그녀가 월계수로 변했다.

베르니니는 달리던 다프네의 발이 뿌리가 되어 땅에 박히고, 부드럽고 따뜻했던 피부가 거친 나무껍질로 뒤덮이며, 나긋나긋했던 손가락에서 나뭇잎이 무성하게 피어나는 극적인 변화의 순간을 포착했다.

견고하고 차가운 돌 덩어리에서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파르르 떨리는 나뭇잎을 이토록 생생하게 깎아내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아폴로와 다프네'는 이렇게 수 세기 동안 아름답다는 찬사만을 들어왔다. 따지고 보면 추행의 장면인데 말이다. 이를 주문했던 추기경 스키피오네 보르게제는 이 조각이 "순간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는 이들은 끝내는 지푸라기와 쓰디쓴 열매만을 손에 쥐게 될 것"이라는 교훈을 준다고 했다.

그런데 왜 아폴로가 아니라 죄 없고 나약한 다프네가 나무가 되어 땅에 박혀야 했는지, 다프네는 왜 아폴로가 아니라 스스로를 탓했는지는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5/20180205030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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