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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晳 翁
작성일 2017-12-15 (금) 08:54
IP: 222.xxx.111
儀典을 무기 삼는 외교

   

儀典을 무기 삼는 외교


2007년 12월 송민순 외교장관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차례로 순방했다. 먼저 도착한 팔레스타인에선 벤츠를 타고 교통이 통제된 도로를 달렸다. 그러나 이스라엘로 넘어온 송 장관은 볼보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앞타이어가 터지는 사고를 당했다. 볼보는 문짝이 긁힌 채였고 'VOLVO'의 'V'자도 떨어져 나갔다. 이스라엘 외교부 청사에 걸린 태극기는 4괘가 엉터리였다. 이스라엘 측은 실수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송 장관이 팔레스타인을 먼저 방문한 데 대한 '의전(儀典) 보복'이라는 말이 나왔다.

▶1793년 영국 왕 조지 3세의 중국 특사인 조지 매카트니는 "의관을 제대로 차리고 자금성으로 가자"는 청나라 관리의 전갈을 받았다. 건륭제를 만나 전했던 '외교 및 무역 관계를 열자'는 영국 왕의 요청에 대한 황제 답을 받들라는 것이었다. 그는 자금성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야 계단을 올라 비단으로 덮인 의자까지 갔다. 거기에 건륭제는 없고 영국 왕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만 놓여 있었다. 매카트니는 한쪽 무릎을 꿇고 받아 펼쳤다. 문체는 겸손했지만, 영국 왕의 요구를 모조리 거절한다는 내용이었다. 청나라는 주변 조공국을 다루던 의전으로 중국의 문을 열려는 영국의 외교 시도는 차단했으나, 50여년 뒤 아편전쟁 참패의 굴욕을 자초했다.

▶외교 무대에서는 의도적인 의전 소홀이 상대를 압박하는 무기가 될 때가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선수'로 통한다. 그가 약속보다 20~30분씩 늦게 나타나면 상대는 '왜 늦을까' '얼마나 더 늦을까' 생각하다가 정작 협상할 내용에 대한 집중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냥개를 '외교 무기'로 삼기도 했다. 그는 2007년 앙숙이던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개를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독·러 정상 회담장에 시커먼 사냥개를 풀어놓고 메르켈의 기(氣)를 죽이려 했다.

▶의전을 뜻하는 '프로토콜(Protocol)'의 어원에는 '관계를 매끄럽게 하는 윤활유'라는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부터 중국을 국빈(國賓) 방문하고 있다. 정상외교에서 국빈 방문은 최고로 높은 단계다. 중국이 지난달 트럼프 미 대통령 방중 때처럼 자금성을 통째로 비우고 대접하지는 못하더라도 국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제대로 된 국가다. 문 대통령 영접 인사로 '사드 담당' 차관보를 내보내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외교 홀대를 계속하는 것은 한국을 길들이려는 수작으로 보인다. 물론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 외교력과 국격(國格)의 문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14/20171214030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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