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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선닷컴
작성일 2017-11-10 (금) 08:54
IP: 211.xxx.109
은행(銀杏)이 징코가 된 까닭

   
은행(銀杏)이 징코가 된 까닭


가을은 은행나무가 단풍으로 곱게 물드는 계절이다.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이라 일컫는 독특한 식물이다. 비슷한 종(種)은 오래전에 멸종했지만 홀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은행나무는 유럽 언어권에서
Ginkgo(징코)라고 한다.
이 이름에는 사연이 있다.

독일 태생의 식물학자이자 의사였던 엥겔베르트 켐퍼(Engelbert Kaempfer· 1651~1716)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의사로 고용되어 1690년부터 1692년까지 일본의 나가사키에 체류했다.

1695년 고향에 돌아간 그는 일본,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을 여행하면서 수집한 자료를 정리하여 1712년 '회국기관'(廻國奇觀·Amoenitates Exoticae)이라는 박물지(博物誌)를 출간했다.

당시 유럽에는 은행나무가 없었고, 유럽인들은 은행나무가 멸종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일본에 와서 살아있는 은행나무를 발견한 켐퍼는 그 놀라운 사실을 '회국기관'에 소개하면서 이름을 'Ginkgo'라고 적었다.

훗날 현대 생물 분류학의 아버지라는 린네(Carl von Linné)가 이를 참고로 은행나무의 학명을 지으면서 Ginkgo라는 명칭이 널리 사용되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Ginkgo는 철자도 이상하고, 이를 '징코'라고 읽는 것도 이상하다. 후세 학자들은 Ginkgo가 'Ginkyo'(긴쿄)의 오기(誤記)일 것으로 추측한다.

긴쿄는 은행(銀杏)의 일본어 발음이다. 독일어식 표기법을 감안하더라도 Ginkjo 또는 Ginkio로 적어야 하는 것을 켐퍼가 Ginkgo라고 오기하는 바람에 어색한 스펠링과 발음의 단어가 탄생한 것이다.

마치 포르투갈어의 팡(pão)이 일본에 전래하면서 '빵'이 되었듯이, 유럽과 일본의 교류 초기에 서로의 언어에 익숙하지 못한 사정에서 나온 재미있는 동서양 간 이름 교류의 한 사례라 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9/20171109033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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