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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晳 翁
작성일 2017-11-04 (토) 05:33
IP: 211.xxx.109
북한판 '아랍의 봄'

   

북한판 '아랍의 봄'


아랍권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은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 소도시의 한 시장에서 촉발됐다. 청과물 노점상 청년이 유일한 생계 수단인 수레를 경찰에 빼앗기자 분신으로 저항했다. 이게 튀니지 혁명으로 이어질 줄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그 불꽃은 이집트, 예멘, 바레인, 시리아, 리비아로 번졌다.

▶한국에 망명한 태영호 전(前)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1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김정은 정권의 공포 통치에도 (북한 내부에) 중대하고 예측하지 못했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2010년 '아랍의 봄' 같은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던 주민 봉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태 전 공사가 그 근거로 내세운 것은 장마당(시장)과 정보 유통의 힘이다. 북한에서 100만명 이상 굶어 죽은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시절에는 지금 같은 시장이 없었다. 당을 믿고 배급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굶어 죽었고, 공터에 나가 옷가지라도 팔았던 사람은 살아남았다.

▶지금 북한 인민 경제를 움직이는 건 배급이 아니라 시장이다. 6년 전 김정일이 사망할 무렵 북한 시장은 200여곳이었지만, 이제는 공식 시장만 450여곳에 이른다. 김정일 시대 평양 지도부는 시장을 조였다 폈다 하면서 통제했다. 그러나 2009년 11월 '시장 세력' 확대를 막기 위해 단행했던 화폐 개혁이 처참한 실패로 끝난 이후 북한은 시장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김정은은 시장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주민 생활을 다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북한 경제성장률이 3.9% 성장으로 추정되는 것도 시장 덕분이다. 북한은 지난 8월 중국에서 옥수수 1만4057t을 수입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배 늘렸다. 초강력 대북 제재를 앞두고 시장 곡물가를 걱정했다는 의미다. 시장을 풀어주면 경제난은 완화되지만 체제 이완도 함께 가속된다.

▶태 전 공사는 또 "북한 주민들이 한국산 영화와 드라마를 점점 더 많이 보는 등 갈수록 주민 통제가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2010년 아랍권 주민들은 페이스북과 인터넷을 이용해 혁명의 불씨를 빠르게 퍼뜨렸다. 북한의 휴대전화 서비스 첫해인 2008년 1700여명에 불과하던 가입자는 이제 250만명을 넘는다. 북한 시장은 '생존' 그 자체다. 북한 주민이라 해도 시장의 맛을 알면 통제에 반감을 갖게 된다. 주는 것 없는 권력이 시장을 누르면 분노가 쌓일 수밖에 없다. 휴대전화는 한 점의 분노를 공분(公憤)으로 만든다. '북한판 아랍의 봄'은 시장과 휴대전화를 타고 벼락처럼 올 수도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3/20171103028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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