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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晳 翁
작성일 2017-08-04 (금) 07:51
IP: 222.xxx.49
14년 전 악연(惡緣)



 
14년 전 악연(惡緣)  


드라마가 아닌데도 시청률 27.3%를 기록한 TV 프로그램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취임 한 달 만에 가진 '검사와의 대화'였다. 이 프로는 TV로 생중계되며 보는 이를 조마조마하게 했다. 검찰 간부 파격 인사에 대한 항명 기운이 감돌자 급히 마련한 자리였다. 등장인물 중 압권은 수원지검 특수부 김영종 검사였다. 노 대통령이 "검찰에 간섭 안 하겠다"고 하자 김 검사는 "후보 시절 검찰에 청탁 전화를 하시지 않았느냐"고 몰아붙였다. 이때 노 대통령 입에서 그 유명한 말이 튀어나왔다.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죠?"

▶당시 김 검사는 나이 서른일곱에 경력 10년 차였다. 아무리 간 큰 검사라도 대통령 앞에서 그런 말 꺼내긴 쉽지 않다. 미리 준비한 발언이란 말이 돌았다. 어제 그에게 다시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했다. 노 대통령이 '옛날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검찰에 간섭 안 하겠다'는 식으로 거짓말하는 걸 보면서 욱하는 마음에 말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에게 "검사스럽다"는 비아냥과 "당당했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당시 민정수석으로 이를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책 '운명'에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고 했다.

▶그 자리에 나간 평검사 대표 열 명은 전날 열린 전국 평검사 회의에서 추천과 합의로 선발됐다. 애초 김 검사는 고사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암으로 위독한 상태였다. 선배 검사들의 강권에 어쩔 수 없이 나갔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그게 발목을 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얼마 가지 않아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 새로 바뀐 지검장이 그를 부르더니 대뜸 "사표 쓰라"고 했다. "청와대에서 내려온 지시"라고 했다. "뭘 잘못했다고 그러냐"고 했더니 "네가 한나라당 공천 내락 받고 대통령 망신 준 것 아니냐"고 했다고 한다. 사실이 아니었다. 그는 버텼다. 한직으로 돌 수 있었지만 다행히 능력을 높이 산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그를 법무부 검찰국으로 발령 냈다. 이후 외국 연수를 가면서 노무현 정권을 '무사히' 넘겼다.

▶검찰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고 지금 안양지청장으로 있는 그가 엊그제 사표를 던졌다. 그와 함께 14년 전 검사와의 대화에 나섰던 이완규 부천지청장도 사표를 냈다. 둘 다 유력한 검사장 승진 후보였다. 그런데 지난달 말 인사에서 그들의 사법연수원 동기 아홉 명이 검사장으로 승진할 때 둘은 탈락했다. 이유는 뻔할 것이다. 김 지청장은 "후배들에게 구차한 모습 보이기 싫었다"고 했다. 악연(惡緣)의 끝이 참 길고도 질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3/20170803032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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