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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晳 翁
작성일 2017-05-17 (수) 06:36
IP: 211.xxx.109
국민 행복



 
국민 행복  


영국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샹그릴라'는 가상의 이상향이다. 넉넉하고 편안한 유토피아로 그려진다. 하지만 '히말라야 8540m 설산(雪山)에 핀으로 꽂은 꽃잎처럼 우아한 사원'이란 구체적 묘사 때문에 "실제 샹그릴라는 여기"라는 주장이 멈추지 않았다. 중국은 윈난성 한 지역을 딱 찍어 정식 지명까지 샹그릴라로 고쳤다. 히말라야 부근 호텔·식당·가게에 붙은 흔한 이름도 샹그릴라다. 모두 자칭(自稱)이다.

▶남들이 '거기야말로 진짜 샹그릴라'라고 지목하는 곳이 등장한 건 얼마 안 됐다. 히말라야 소국(小國) 부탄이다. 물질로 채울 수 없는 정신 행복을 국시(國是)로 삼은 나라, 소득은 적지만 무상 교육·의료로 국민을 아껴주는 나라, 기계보다 사람을 중히 여겨 교통신호등조차 사용하지 않는 나라, 자연환경과 문화를 소중히 여겨 외국 관광객도 가려서 받는 나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알려지면서 세계인의 호의적 시선이 부탄에 쏠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히말라야를 걷다가 부탄에 간 건 작년 7월이다. 수염이 덥수룩한 당시 사진을 보면 피안(彼岸)을 찾는 수행자인 듯하다. 보름 동안 그곳 정부 관리와 석학에게 '행복'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 후 페이스북에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면 정부의 존재 가치가 없다'는 글도 올렸다. 국민총행복(GNH) 지표를 국가 정책 기준으로 삼은 부탄 국왕의 말이다.

▶국내 한 언론이 문 대통령의 당선 후 첫 전화 상대가 부탄 총리였다고 보도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부탄이란 나라가 새삼 관심 대상이 됐다. 물론 부탄이 한국의 모델이 될 순 없다. 인구가 적고 땅도 작다. 물질적 욕망과 불평을 억누르는 강력한 종교가 있다. 인도의 보호로 독립을 겨우 유지해간다. 북쪽 땅을 중국에 야금야금 먹혀 작은 나라가 더 작아지고 있다. 소설 속 샹그릴라는 불로장생의 나라이지만 부탄의 평균 수명은 아직 예순다섯이다.

▶국민 행복 순위는 조사 방법과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 유엔 조사에서 부탄은 97등(한국 56등)을 했다. 영국 신경제재단의 작년 조사에선 56등(한국 80등)이었다. 중요한 건 순위가 아니다. GDP 숫자만 추구하던 국가 철학과 목표에 '행복'을 반영한다는 것이 부탄이 주목받은 이유다. 대통령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달라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도 '국민 행복 시대'를 내세웠다. 결국 대통령이 무사히 국정을 운영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것만큼 지금 우리 국민에게 더 큰 행복은 없을 것 같다.

출처: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16/201705160344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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