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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晳 翁
작성일 2017-05-10 (수) 07:19
IP: 211.xxx.109
대통령 3.0 시대



 
대통령 3.0 시대  


지난 3월 24일 열린 최순실 공판. "이것(영재센터)을 VIP께서 제안하셨다고 해서…." 최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시종 'VIP'라고만 했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 수첩,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에도 박 전 대통령은 'P(대통령)' 또는 'VIP'로 적혀 있었다. 왕조 시대도 아닌데, 대통령 이름을 입에 올리기를 불경스럽게 생각해 온 청와대 문화 탓이다.

▶탈(脫)권위를 내세웠던 참여정부 시절에도 장관들은 '노무현 대통령' 대신 'VIP'라 했다. 장차관을 바꾸면 그냥 새로 임명했다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단행(斷行·결단하여 실행)'했다고 발표하는 것은 여느 대통령 때나 똑같았다. 금융실명제 실시나 국민연금 도입 정도 된다면 모를까 장관 한두 사람 교체하는데 단행이라니…. 김대중 대통령 취임 초 '각하'라는 호칭을 '대통령님'으로 바꾸겠다고 하더니 오래가지 못하고 원위치했다. 지금도 훈장 받는 사람들은 청와대 가서 2시간씩 예행연습을 한다. 장관들은 국무회의 10~20분 전에 앉아 있다가 대통령 입장 직전 일제히 일어선다.

▶오늘 취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사람으로 치면 열두 명째다. 역대 대통령이 크고 작은 잘못에도 각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을 감당한 덕에 지금 이만한 나라가 됐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은 독재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건국과 산업화로 나라의 토대를 닦았다. 두 대통령이 '대통령 1.0 시대'를 대표한다면 민주화 시대를 연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 2.0시대'의 상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느 대통령도 권위주의적 통치 문화에선 벗어나지 못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첫 대통령인 노태우의 별명이 '물태우'였던 것은 시대 상황 탓도 있었다. 분출하는 시민들의 욕구를 힘으로 누르고 싶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그의 미덕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에 대한 재평가가 있는 것도 우연이라 할 수 없다. 그는 우격다짐을 못 했거나 자제했다. 말하자면 '1.0'과 '2.0'의 다리 같은 존재였다 할 수 있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분권과 협치라는 합의에 도달했다.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는 대통령, 아주 작은 일이라도 국민과 소통하고 국회와 협의하는 대통령을 국민은 원한다. 일이 지지부진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지만 내려놓을 것이 없다고 생각할 때까지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문 대통령은 '대통령 3.0' 시대를 연 첫 대통령이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09/20170509019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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